"어엿한 3년차 조합장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영하나는 소신을 갖고 투명하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8일 오후 여천농협을 찾아 허세열(66) 조합장을 만났다.

조합원들과 이야기 꽃이 만발한 조합장실에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아닌 화기애애함이 넘쳐났다.

허 조합장과의 대회에서 그의 뚜렷한 소신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 허세열 여천농협 조합장

지난해 여천농협은 조합 역사상 처음으로 31억원이란 순이익을 냈다.

덕분에 73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6억9000만원의 배당금이 돌아갔다.

4100억원에 달하는 예수금 목표도 달성해 냈다.

허 조합장이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사업도 지난해 208억원을 돌파했다.

여천농협 설립 후 최초로 조합원들과 직원들에게는 마치 신화와 같은 업적이었다. 오늘날 여천농협이 있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근래 통합과정에서 뼈아픈 시련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05년 화양농협, 소라농협, 삼일농협과의 합병과정에서 직원들과 조합원 내부의 갈등으로 조합이 길을 잃고 표류하던 시절, 허 조합장은 무엇보다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 손발을 걷고 나섰다.

“하나의 농협, 각계각층의 합심”을 외치며 헌신한지 2여년이 지난 지금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화합과 협동으로 똘똘 뭉친 조합은 여천농협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임기 초기에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직원들의 불화가 발목을 잡더라고요.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싶더라고요”

취임 당시 규모면에서 여천농협은 순천농협에 이어 두 번째였다.

문제는 규모만 컸지 내실이 없다는 점이었다.

허 조합장은 내실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각종 경제사업과 조합원 환원 사업들이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미곡처리장 건립, 농가 활력

지역 최초로 ‘미곡유통센터’를 건립해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쌀 전량을 수매해 농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거북선에 실린 쌀’로 브랜드화 돼 대형마트와, 관공서, 재경향우회까지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됐다.

농협하나로 마트에서는 판매 농산물의 대부분이 지역 농산물로 차지하고 있으며, 한려엑스포병원, 수협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농산물 등의 판매 촉진을 가속시키고 있다.

#금융탈피, 농민위한 경제사업 치중

허 조합장은 농민들이 농협을 불신하는 이유가 농민들을 위한 경제사업보다는 금융사업에 치중해 이익을 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제 사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게 안산동에 건립한 주유소다. 주유소를 건립해 유가 상승으로 농기계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농민들에게 값싼 면세를 공급해 호응을 얻었다.

직원들도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생각에 시골오지의 농가까지 기름을 직접 배달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각종 영농자재지원에 21억원을 투자했다.

허 조합장은 “현장에 뛰어다니며 보아온 농민들의 고달픔,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당시를 떠올려 지역 농가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해야겠다.

남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지역 농가에 보탬이 돼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각종 부대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 직원들과 조합원들로 구성된 15명 내외의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내실 면에 있어서도 전남최고 농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면서 “경기 불황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지역 농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조합장의 명예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농가·불우이웃 돕기 팔걷어

‘농가주부모임’ 등 봉사모임을 결성해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농가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매년 명절과 연말에는 지역 내 어려운 불우이웃을 찾아 ‘사랑의 쌀’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런 바탕에는 조합과 임직원의 화합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져 새 조합의 탄생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청사 신축 과제에 도전

허 조합장은 마지막 임기 내에 30여년이 넘은 낡은 청사를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객들과 조합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깨끗하고 새로운 농협으로 탈바꿈시킨다는게 목표다.

#농협 선거문화 개선돼야

허 조합장은  “조합장 선거의 개혁도 절실한 만큼 선거문화 개선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선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뇌물수수와 흑색선전으로 얼룩진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의 의식개혁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

그가 이러한 데에는 40여년 가까이 근무해 온 공직생활이 바탕이 됐다. 농산물 품질관리원 소장 재임 시절, 매일같이 농업현장을 찾으면서 조합이 개혁되기 위해서는 조합장 선거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허 조합장은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한 마을 전체 주민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청렴과 양심을 가치관 여기고 살아온 만큼 다음 선거에도 이점을 강점으로 재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 조합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건강만큼은 이팔청춘”이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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