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말띠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기대에 새정신과 새 포부를 연상케 한다.

어느해인들 중요하지 않은 해가 있을까마는 올해는 특히 우리 겨레와 나라의 명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일들이 많다. 지금 나라 안팎에는 어려운 난제들이 중첩돼 있어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이 아니고는 타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우선 최강국 미국이 9·11 재앙으로 허리가 꺾였고 한 때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였던 아르헨티나가 침몰했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은 엔화의 곤두박질로 중국의 위안화 등과 환율전쟁이 불가피하며 EU12개국 단일화는 달러와 견제하고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날개를 단 거함(巨艦) 중국은 우리와 세계시장에서 힘든 한판 승부를 겪어야 할 판이다.

나라안은 어떤가? 우리의 민주주의는 중병을 앓고 있다. 여야당의 정치인들은 이전투구를 다반사로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 것이 오래고, 최근에는 매일처럼 진승현·정현준·이용호·윤태식 게이트들은 정치권에 넓게는 우리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가를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세는 ‘깃털이다, 몸통이다’ 오락가락 보이지 않은 힘이 정부의 중요정책 결정에 깊숙히 숨어있지나 않는지?

근자에 접어들어 정부의 국정운영능력, 리더십이 어딘가 허약해질대로 약해져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역정에 가장 힘없고 무기력하고 슬픈 시기가 바로 임기 마지막 1년일 것이다. 민주화 10년 경험에서 우리는 김영삼, 김대중 두 민간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가 너무도 닮아가는 모습에 놀랍다. 이러한 임기말의 힘없는 대통령을 레임덕(권력누수)이라 한다. 레임덕이란 총을 맞고 살아 있지만 날지 못하는 오리를 비웃는 말이며 파산한 정치인에게 비유한 말이다. 요즘 시중에는 온통 화제가 차기 대통령은 누구를 뽑을 것인가로 모아지면서 새해에는 나라 안팎으로 유난히 많은 일들이 이월(移越)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한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부문 개혁에 대한 국정지표를 차분하게 개혁을 마무리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9·11테러’를 계기로 세계최강국 ‘미국 제일주의’ 강풍이 몰아칠 것인데 부시 미대통령이 하필이면 새해를 ‘전쟁의 해’로 언명하여 찜찜하다. 건강보험재정문제, 찬반양론의 교원정년문제, 기업의 통합 및 혁신문제, 정치개혁, 정부 소강국(小强國) 구조조정은 김영삼 정부말기 38개(2원14부5처14청1외국2정부장관)였던 중앙행정기관이 2002, 1월 39개(2원18부4처17청)로 늘어났다. 각부 산하위원회도 354개나 되고 장관급위원회가 6개나 신설되었다. 이 정도면 강소국(强小國)으로 구조개혁은 소리만 요란했지 용두사미식 개혁이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대통령선거를 향한 경쟁은 사실상 시작되었다. 여야 후보 예상자는 13명(여 9, 야 3, 무 1) 모두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내가 어떤 정치를 하겠다고, 또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도, 내가 어떤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깨끗하고 좋은 정치를 만들겠다고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하는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올 대통령선거는 우리사회를 치열한 갈등 속으로 몰고 갈 것이라 염려된다. 지금 정권에서 오히려 후퇴한 지역간 계층간 화합이 파란에 이르고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이념대결은 사회를 갈라놓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발목잡힐까봐 국민들과 재계는 모두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좋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 나라를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기 보다 경제에 부담을 주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은 모두 자괴심을 느껴야 할 것이다. 특히 분단 55년만에 남북정상이 마주 앉아 6·15선언을 발표한 것은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뛰어 넘어 과거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창출한 민족통일의 첫발자국이라는데 큰 사건이었다. 고로 7천만 민족공동체의 통일방안의 일환인 햇볕정책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법률만 가지고도 안되고 정치만 가지고도 안된다. 7천만 민족의 동질성과 우월성을 설득할 수 있고, 믿음을 주는 룰(rule)에 의한 지배로 국가경영 철학의 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대통령이어야 한다. 과거 우리 지도자들은 정권획득과 정권유지에만 혈안, 영일했지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은 없었다. 완벽한 국가관과 민족생존권 유지에도 염외였다.

근자 미국의 정치언론인 패트릭 뷰케넌은 2050년 뒤 미국이 3류국으로 전락된다는 논저가 세계적 베스트가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나라없는 설움 이민족의 지배를 수없이 겪어왔다. 국토가 지정학적으로 주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데다 태평양으로 돌출반도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 해물자원의 풍요함과 태평양을 넘나드는 해양요충지, 그리고 세계적 인적자원을 가진 탐욕의 선망지였기에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1945년 연합국의 전승으로 1948년 독립을 찾았으나 민족은 남북으로 갈라지고 강국간의 이데올로기는 급기야 6·25동족 상잔의 참화를 겪었다.

필자는 차기 대통령과 남북지도자에게 권고한다. 소아(小我)를 넘어 대승(大乘)적 긍지를 갖고 영세중립 통일운동의 큰 끈을 면면히 이어갈 수 있도록 민족저변에 깔아 둘 것을 바란다. 1885년 독일부영사 卜德樂(IIemann Budier 1884- 1886)은 조선중립을 고종에게 건의. 1885년 12월 유길준(1856~1914)은 ‘조선중립론’을 발표하였으며, 한말 관세입무보좌역인 영국인 두간(Chcsney Duncan 1883~1914)은 조선중립국을 강조한 책(Corea and the powers: A Review of the Far Eastern question)을 상해에서 출판했다. 1900년 1월 한국 국내부 고문 센즈(William F sands)는 영세중립국안을 조선정부에 건의했고, 1897년 미국공사 알렌(Horace N. Allen)은 미국 25대 맥킨리(William Mckinley)대통령에게 조선중립국을 건의했으나 거부되었고, 1960년 11월 맨스필드(Mike mansfield) 미상원의원도 한국중립화논을 주창했으며, 1882년 7월 임오군란 때 청국의 영향력 증대를 막기 위해 동년 10월 일본이 조선중립화를 중국에 제의했으나 일본의 간교함을 감지해 거부했다. 전 동아일보편집국장 金三奎(1908~1998)와 미주실업가 金龍中(1868~1916) 등은 일본과 미국에서 영세중립화 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이승만 대통령은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어 입국도, 출판도 거부한 소아병자였다.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는 커녕 실망과 좌절·갈등의 골을 깊게 해서는 안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기도 있겠으나 지칠 줄 모르는 정부 부정부패와 연결된 로비와 게이트로 해가 뜨고 지는 한해로 점철했다. 사회 또한 혼돈과 소란의 연속이었다. 정치인과 이익집단은 극한적인 충돌로 통합과 화해는 한발짝도 전진된 것이 없을 정도다. 남북통일 불씨도 가물거리고 이산상봉, 물자교류, 철도복원도 녹슬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취악점에도 우리의 지고지선의 신념인 자유민주체제가 7천만 민족에게 뿌리깊이 새겨져 이념과 갈등을 훌훌 털어 버리고 우리의 국가이념을 한마음 한뜻으로 온 겨레의 가슴속에 각인 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

취재팀  webmaster@yeosunews.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