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이익 위해 움직이는 조직을 차단해야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조직이다. 혹자는 선거의 승패는 후보 보다 조직과 자금이 결판짓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조직이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선거조직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지방선거에서 한 후보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Ａ씨는 “적절한 선거전략 속에서 조직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만 준다면 선거는 승리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직을 잘 굴리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조직원들의 욕구라는게 거의 대부분 돈으로 귀결된다”며 “한국의 선거풍토상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선거조직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거운동본부에 참여했던 Ｂ씨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선거운동본부는 보통 사무, 정책, 조직, 선전단, 후보 수행팀 등으로 짜여지는데 승패는 조직에서 결정된다”며 “후보자의 성향이 개혁적이더라도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전혀 이미지가 맞지 않는 사람이 조직의 책임자로 임명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이 구성되지 않다 보니 조직구성의 책임은 후보자나 전문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선거 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전에 각종 연구소와 동우회, 향우회, 산악회, 조기축구회 등을 조직해 운영하거나 이미 조직되어 있는 단체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금품과 향응이 제공되기도 하고, 당선 이후 일정한 대가를 치르겠다는 거래가 이뤄진다. 모두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중앙 정치판이나 지방 정치판에 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의 책임자나 각 사조직의 구성원들이 당선 이후에도 꾸준히 연줄을 대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게 되고, 임기가 끝나면 또다시 선거를 치뤄야만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이를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조직이 이 나라 정치판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후보가 조직을 선택하던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 조직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가 지지후보를 표방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조직을 이끄는 일부 무리들이 선거를 자신들의 권력획득 수단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들도 이러한 생리를 모를리는 없다.

하지만 당장에 한표가 아쉬운 선거판에서 각종 조직들이 회원명부를 들고 달라드는데 두손들지 않을 후보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올해 선거에서는 이런 조직들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자발적인 선거개혁, 의식개혁이란게 어렵기는 하지만 21세기 첫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조직들을 차단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한 선거 후진국가로 남게된다.

조직 구성원들 자체가 자신의 조직이 선거바람에 휩쓸리는데 반기를 들어야 한다. 청년회, 동창회, 계모임 차원에서 올해는 공명선거운동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다.

선거때 중립을 지키는 것만이 잘한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특정후보를 정책적으로 지지하는 것이야 할 말이 없지만 몇사람의 표를 돈이나 권력의 그늘과 바꾸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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