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2001년 1월 20일 취임 이후 첫 초청자로 김대중 대통령과 3월 7일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대북화해정책에 재앙이었다.

부시는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과 화해정책을 경시했다. 이것은 한국 정정에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던 김대중 대통령의 국내 개혁정책에 크게 불리했고 곤경을 겪었다. 화해와 협력의 햇볕시대를 열어가려는 남북관계에 제동이 걸려 얼어붙었다.

급기야 지난달 29일 부시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생산 확산한다는 이유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惡)의 축(軸) - axisofevil -’으로 묘사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냉전시대에 소련을 ‘악(惡)의 제국(帝國 - Evilempiore -’이라고 부른 것처럼 강력히 비난했다.

북한은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 미사일과 WMD로 무장된 정권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라며 신속한 행동의지를 표명한 것도 인상적이다.

부시대통령이 이날 테러지원 및 비호국가로 북한을 제일먼저 거론한 뒤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까지 규정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이었던 추축국(樞軸國 독일, 일본, 이탈리아)을 연상시킬 만큼 강한 표현이었으며 역사적 연계성이있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소련붕괴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대북협상에서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말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KBS ‘심야토론’에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 무기와 대량살상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미협상카드와 외화벌이용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5백여개의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전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양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이와 같은 무기들이 남한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면 도대체 어떤 국가를 위해 배치되었을까?

물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주적인 만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들이 미국과 일본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으나 핵심적인 대상은 바로 우리들이요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계획은 197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 왔으며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탄도미사일 개발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었음을 미국 CIA가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중동국가들에 탄도미사일의 기술이전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됐다. 우리 정부가 이같은 북한 군사동향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면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발표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을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나 기타 고위인사들은 단 한번도 주한 미군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욱더 과격한 발언을 일삼고 있지 않는가.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특히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한·미간의 심각한 인식차이며 ‘DJ 독트린’과 ‘부시 독트린’의 전향적 충돌 가능성이라고 본다.

그 동안 북한과의 미사일, 재래식 무기협상 전략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어떤 대가를 받을 것인지,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휴전선 후방으로 물러나고 감축하면 미군과 한국군도 상응하는 군사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거듭 북한의 후방배치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미국은 북한에서 2기의 경수로 건설이 계속되려면 1994년의 ‘제니바 핵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 7월 처음으로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안받으면 경수로 건설은 중단될 것이며 사찰은 완공 훨씬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고위층을 불신하고 있고 북한이 변하기 위해서는 북한 고위층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북한 고위층은 자국 국민을 굶기면서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돈도 아끼지 않고 퍼붓고 있다.

이처럼 자국 국민을 굶게하는 지도층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북한관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지도자가 바뀌면서 나라가 달라진 것을 보면 북한에 김일성 유산의 속박으로부터 하루속히 벗어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만 북한 인민들이 좀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개방은 내부로부터 일으키려는 기대는 어렵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인 풋(inpck…, 入力) 변화는 그리 쉽지도 않다.

그러나 외부세계와의 접촉창문을 될수록 많이 열어놓아야 가능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양측이 대북정책을 놓고 틈이 벌어지는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어느쪽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한과 미국간의 상호신뢰를 회복하여 대화와 협상에 대한 의지가 긴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도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걸맞은 상황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 때리기를 계속한다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50년만의 햇볕정책도 빛을 잃게 된다.

민족의 생존을 위해 미국의 위험스러운 군사적 모험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이같은 결연한 의지를 부시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며, 돌아오는 19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저간의 연결작업으로 신뢰를 일깨워서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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