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키우던 청렴한 농부



최현범 시의원은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는 여수시 삼일동과 상암동의 시의원이다.

주위에서는 “전국 시의원 중, 지역구에 가장 많은 공장을 두고 있고, 2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지역구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부러워(?) 한다.

하지만 최현범 의원의 정치적 태동은 중앙정부와 막대한 생산액의 여수산단과의 생존권 투쟁에서 시작됐다.

묵묵히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던 최 의원은 80년대 말, 여수산단으로 인해 삼일동 주변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산단주변마을의 환경오염이 이미 그 정도를 뛰어넘었으며 안전사고에 따른 위험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생각한 ‘농부 최현범’은 주민들과 뜻을 모아 「삼일동 이주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위원장을 맡았다.



황소고집으로 주민 이주 투쟁 견인



당시까지만 해도 환경문제는 경제성장 논리에 파묻혀 있던 시기로 감히 촌동네 농군 몇명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농부 최현범을 중심으로 이주대책위가 투쟁을 시작했으나, 정부에서는 국가산단 주변지역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단순한 투정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단순한 투정을 뛰어넘어 성장논리라는 관에 파묻혀 있던 환경문제를 무덤 밖으로 끌어내 온 국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불길로 번져나갔다.

여기 저기서 돈의 논리에 밀려버린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제성장을 통해 잘먹고 잘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여수산단 주변마을 이주를 확정한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농부 최현범이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시의원 활동 또한 산단의 환경문제와 자신의 지역구인 산단 주변마을 주민이주대책으로 맞춰졌다.



국회의원에게 항의하는 시의원



“다 아시죠 최현범 의원. 우리 최 의원은 국회의원한테 압력을 행사하고, 협박하는 의원입니다. 중앙부처를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시의원 아닙니까” 지난달 여수지역발전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당 김충조 국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선 최현범 의원을 소개하는 발언이다.

‘이주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매일같이 김충조 국회의원을 협박(?)해왔다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또한 몇몇 중앙부처를 돌며 “이주문제를 해결 안 해주면 여기서 살겠다”며 심심치 않게 으름장을 놓고 다닌다는 것.



국무총리실서, ‘선물 달라’ 으름장



실례로 98년, 최 의원은 이주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의 몇몇 부처를 찾았다. 하지만 산자부에서는 환경부로 가보라, 환경부에서는 건교부로 가보라는 식으로 다들 소관업무가 아니라며 피하자 국무총리실을 찾았다.

최 의원은 총리실 국장에게 빈 가방을 내밀며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주무부처를 선정해 선물을 담아달라”고 또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국장은 “여기가 어딘 줄 아시오.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청원경찰을 불러 끌어 내겠소”라고 맞섰다. 이에 “끌어 내도 좋은데 선물을 안 담아주면 여기서 누워버릴 작정이오”라며 응수했다.

결국 이날 국무총리실 국장은 “늦어도 9월 5일 오후 3시까지는 주무부처를 선정해 통보하겠다”며 선물로 각서형식의 약속장을 가방에 담아주었다.

약속한 날, 여수산단 주변마을 이주대책 주무부처가 건설교통부로 결정됐다.

주무부처가 결정되자 이주추진은 일사 천리로 진행됐으며 올해 국가 예산에 이주비가 책정되어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이주가 시작되게 됐다.



2천억원을 벌어온 사연



최 의원의 이러한 황소고집이 2천억원을 벌어들였다.

최 의원은 98년 시의원에 당선되자 마자, 혼자서 경상남도와 정부의 각부처를 돌며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몇 달후, 자신의 임기 첫 시정질의에서 엄청난 사실을 폭로했다.

광양만이 특정해역으로 지정되고, 광양항 개항으로 인한 삼간도, 신덕, 율촌, 묘도, 오천, 만흥 등 대부분의 연안에서 어장이 소멸되거나 조업구역이 엄청나게 감소했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똑같은 피해를 입은 경남 남해와 하동에는 45억이 넘는 보상금이 지급됐는데 유독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여수는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나 관계기관은 “86년 광양항이 개항된지 15년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황소고집’을 누가 꺽으랴. 최 의원은 또 중앙부처로 올라갔다.

“여수지역 어민들이 생활근거지를 잃어 상심이 큰데 정부의 대책은 뭐냐”고 따졌다.

해수부, 전남도 등 온갖 기관은 다 찾아 다니며 항의를 했다.

끝내 지난해 7월 4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이 어민대표들에게 15년전에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겠노라며 ‘어업피해보상 약정서’를 체결했다.

최현범 의원의 시정질의와 어민들을 위한 열성적인 노력이 2천억원을 벌어온 것이다. 내년이면 2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우리지역 어민들에게 지급된다.



연구하는 의원, 시정질의 단골 의원



최 의원은 이렇듯 항상 연구하는 의원, 발로 뛰며 자료를 수집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한다.

그래서 최현범 의원의 시정질의를 자주한다. 보통 시정질의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 사안에 대해 엄청난 자료를 준비하고, 문제를 지적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만 수개월이 걸린다.

최 의원이 얼마나 연구를 많이 하는 의원인지는 그의 시정질문을 보고 알 수 있다.

공유재산관리의 허점과 사업선정의 문제점, 한국석유공사 삼일자원 비축산업단지의 개발사업으로 인한 주민 지원사항과 향후 대책, 특수학교법인 여도학원의 공립학교로 전환, 학교체육 육성을 위한 자매결연사업 개선방안, 삼일, 상암지역의 상수도 공급계획과 식수난 해결대책, 여수산단지역의 환경용량 조사 촉구, 삼일, 상암지역 그린벨트 문제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연구하는 자세,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이 최현범 의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 초선의원으로서 지난 3년 반의 의정생활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왔나?

▶ 초심을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직분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지 않았고, 부정과 결탁하지 않았다.

이권에 개입하거나 부정에 결탁하는 것은 내 자신만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인 삼일동과 상암동, 그리고 날 뽑아준 유권자 모두를 망신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 자기관리에 최선을 다해왔다.



­. 그동안 의정생활에서 성과와 보람을 찾는다면?

▶ 성과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준비없이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3년 반의 의정생활동안 쉼없이 준비했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사적인 협박은 하지 않았지만 삼일·상암주민들과 지역민들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많은 기관을 협박하고, 요구해 왔다.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답을 내지못하는 것도 많다.



­. 의정생활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우리 삼일·상암동의 문제는 시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대부분 전남도와 중앙정부부처, 국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각 기관을 찾아 다니며 삼일·상암동의 문제를 설명하고, 대안을 촉구하는데 보냈다. 때문에 내 자신과 가정까지도 챙기지 못했다.

삼일·상암동 시의원에게 쉬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는게 의정생활 중에 느낀 점이다. 주민들과 여름날 나무그늘아래 앉아 담소를 나누고도 싶었다. 하지만 우리지역구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고, 의회 내에서도 운영위원회 간사, 부실공사 조사위원, 해양 환경특위 위원, 무술목 조사특위 위원 등 여러 가지 직책을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 다음 선거에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지?

▶ 삼일·상암동은 공단을 끼고 있어서 시의원에게 타 지역구보다 더 많은 도덕성이 요구되었으며 중앙부처 등을 찾아다니느라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못해 가족들은 만류했다.

하지만 우리지역에는 너무 큰 일이 많다. ‘재선되어 하던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차한 논리는 펴지 않겠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없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성과만 바라보고, 재선되면 모든일에 성과를 이루겠다는 말은 아니다.



­. 재선되면 어떤일을 하고 싶은가?

▶ 올해말부터 이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단순한 주민이주로 이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주민들의 생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체산업이 시급히 요구된다.

상암지역 개발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상암지역은 그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올 상반기 중에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지역개발과 도시계획 등에 큰 신경을 써야한다. 산단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도 과제다. 심각한 대기오염문제, 확장되는 산단문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 증가 등에 적극 대처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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