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꽃을 피웠다. 오동도 동백꽃도 만개했다고 한다. 며칠 있으면 영취산이 피어난 진달래로 붉게 변하고, 중앙여고 아랫길은 벚꽃이 만발할 것이다. 모두들 봄을 맞이하느라 가슴 설레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지난 겨울이 일찍 끝난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 겨울을 너무나 춥게 보낸 사람들이다. 지난 겨울은 여느해에 비해 몹시 따뜻했다. 특히나 체감경기와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오히려 가슴이 후끈거렸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은 지난 겨울만큼 추운 겨울도 없었다고 한다.

각 사회복지시설들은 도움을 주기 위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운영난에 직면했고, 그 결과 수용되어 있는 장애인들과 소외된 불우이웃들은 긴축재정으로 긴 겨울을 헤쳐나왔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IMF로 어려움을 겪던 몇 년전, 뉴스를 통해 박스를 주어 끼니를 연명하는 외로운 독거노인이 자신의 마지막 재산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때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 어려울수록 주변을 살피고, 같이 고난의 세월을 헤쳐가자는 분위기였다.

그 공동체 정신이 우리나라를 IMF에서 구해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불우이웃들과 사회복지시설에는 성금이 답지했고,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같이 힘을 모아 이 나라를 구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살만해진 지금, 사회복지시설에는 성금이 끊겨가고, 불우이웃들은 더욱더 소외되어 가고 있다.

여수지역에 경우, 지난 겨울에 답지한 성금이 전년도에 비해 약 60-70%에 불과했다.

경제가 살아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살만해지니까 주변의 이웃이 잊혀졌을까.

정말 없는 사람의 마음은 없는 사람만이 아는 것일까.

지난 겨울, 서시장에서 백원짜리 붕어빵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김진곤 씨가 10년이 넘도록 수익금의 80%를 소년소녀가장 7세대를 돕는데 사용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갈수록 이기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어려웠을 때 함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맸던 과거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돌아온 수입을 조금 쪼개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보자.

우리에겐 크게 중요하지 않은 100원짜리 하나가 소말리아의 배고픈 아이들의 몇끼니 식사가되듯, 우리에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작은 것들이 어려운 이웃에겐 한 없이 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나누는 정신, 작은 것을 베풀수 있는 인정과 마음, 그것이 그리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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