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가 1997년 12월 19일, 대통령 당선 기자회견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으로 사회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부정부패를 철저히 척결하고,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굳은 결심을 밝혔다.

하지만 집권 3년에 접어들면서 악의 뿌리가 싹트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진승현게이트, 정현준게이트, 이용호게이트에서 윤태식게이트까지 부패 스캔들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근자 터져나온 아태재단 관계자들의 ‘이용호게이트’는 부패척결 의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갖게한다.

김대통령은 1월 25일 부패방지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부정부패척결을 위해 무언가 할 뜻을 밝혔으나 때는 부정부패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후였다.

친인척 관련 의혹사건들도 꼬리를 물고 있다.

DJ 집권이후, 최근까지 적발된 아태재단 관계자들의 비리 연루 의혹들은 한국사회는 아직도 법보다 권력과 연결된 측근들이 판을 치는 후진적 행태라는걸 적날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태재단과 집권당은 개인문제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들이 아태재단 상임이사에다 민주당 후원회장, 재단사무처장이 아니었다면 돈을 갖다주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아태재단 창업주 겸 재단주는 이 나라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고, 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 역시 대통령의 아들 홍업 씨다.

재단의 이사들도 대통령의 가신이자 최측근들로 포진되어 있다.

고로 재단의 실세는 청와대 안에 있는 것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태재단의 영문표기가’The Kim Dac Jung Peace Foundation’으로 명명했을 만큼, 김 대통령의 화신이요,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갔다가 귀국하여 1994년 1월 5일,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 민주화 관련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태재단을 학술연구재단으로 외교부에 등록하고, 초대 재단이사장에 취임했다.

차남인 김홍업 씨가 부이사장, 남궁진 장관, 최재승, 설훈, 이강래, 장성민 의원과 박금옥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창립 맴버였고, 임동원 대통령 특보가 1995년 당시 사무총장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대통령은 퇴임 후,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제평화와 빈곤타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로 여겨, 노벨평화상에 걸맞는 남북문제와 국제평화를 위한 싱크탱크로 키우자는 뜻에서 아태재단으로 돌아가 활동할 구상으로 최근 동교동 사저 옆에 지상 5층, 지하 3층의 건물을 신축했다.

하지만 당초 설립취지와 목적은 온데간데 없고, 이용호게이트의 조사무마 의혹과 관련된 이수동 상임이사를 비롯 차남 홍업 씨 주변 인사들이 끊임없이 비리연루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재단이 김 대통령 집권 이후, ‘정권 줄대기’의 통로로 정착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비리연루자에 대해 개인비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느 결사체보다 높은 도덕성과 자기관리를 요구받는 것이 아태재단이다.

그러기에 지난해 7월 31일까지 후원금 2백13억원의 모금방법과 경로, 액수의 정밀성, 후원금 운영상황, 신축재단건물의 총건축비 등을 투명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경제만 선진국, 의식은 후진국이란 이미지를 빨리 씻어버리고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의 꼬리표가 아닌 의식혁명의 가치를 높이 들어 만방에 선진조국을 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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