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학교에 가서 먹었는데, 그 때는 집에 돈 좀 있는 아이의 반찬과 가난한 집 아이의 반찬이 차이가 났고, 아예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아이도 있었다.

요즘 세대는 시스템이 대폭 변경되어 학교에 조리시설이 있어서 집안 형편에 관계없이 고른 영양과 양질의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엄마들은 아이들 도시락 싸는 수고를 덜었으며, 아이들도 남들보다 못한 반찬 보여주기 싫어하는 고통에서 벗어났다.마치 집에서 잔치하던 걸 식당에서 돈만 주면 초대하여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 비용을 수요자가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급식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급식비 보조를 하는 복지 정책도 시행중이다. 급식비 예산을 보면 기본적으로 학부모가 부담하고, 친환경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보전하여 준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인가 무상급식 얘기가 나왔다. 개인이 부담할 부분을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 준다는 것이다. 약 3,000원 잡고 연간 250일이면 1인당 연간 75만원의 적지않은 돈이다. 지금 학부모가 부담했던 급식비를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 준다고 하는 것(급식대금를 면제해 주는 것) 자체를 사양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 우리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재정 지출에서 다른 것은 다 그대로 하고 무상급식을 추가로 한다면 추가되는 부분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 세금은 누가 내는가 ? 바로 급식대금 무료라는 수혜를 받는 우리가 낸다. 우리가 내고 우리가 다시 받는다면 그냥 급식대금 우리가 부담하고 세금은 추가로 내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도 모든 상품이나 용역에 부가가치세라는 세금을 부담하고 있고, 사업자는 사업소득세를, 근로자는 갑근세를 내고 있다.  세금 더 걷는데 세무서 직원 늘어야 하고, 여기서 모인 국세를 다시 지자체로 배분해야 하며, 지자체에서는 교육청과 협의하여 각 학교단위로 보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공무원의 업무량이 늘 것이며, 그 인건비도 결국 납세자인 우리가 감당한다.  다시 말해 중간 거래 비용이 더 늘어 전체적으로 손해인 것이다.

무상급식 비용을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로 충당한다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부가가치세는 소득에 무관하게 부담하므로 저소득자에 대해 역진적이어서 불리하다.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로 충당한다면 소득세 세율을 인상하거나 면세점을 인하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저소득자가 불리해 질 수 있다. (저소득자는 이미 지원을 받는데 추가 혜택없이 세금만 인상됨)

복지국가의 선진국 영국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5년간 예산을 147조원 감축한다고 하며 그 중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구에게 지급하는 육아수당을 120만 고소득 가구에는 지급하기 않기로 한 방안이 포함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지하철을 무료로 승차하는 것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언론보도에 나왔다. 나의 경우에도 초등학생이 있긴 하나, 연간 75만원의 보조금이 나오는 (무료로 급식하는)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그 이상을 결국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으로 반갑지만은 않다.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그 다음에는 무상 앨범, 무상 수학여행, 무상 시내버스, 한발 더 나아가 무상으로 계절별로 옷 한 벌씩을 지급해 주자는 얘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

헌법 제 31조 3항의 의무교육의 무상은 교육과 이에 필요한 필수비를 무상으로 한다는 것이지, 선택비와 간접비까지를 무상으로 할 수 는 없을 것이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납세자 연합회에서도 소득계층을 고려않는 전면 무상급식은 현 소득세 초과누진세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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