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아 작가가 전남도학생문화교육회관 2층 갤러리 린에서 전시중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 작가는 김양호 시인의 섬을 바탕으로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섬과 바다, 해변을 수채화 느낌으로 표현했다. <사진 김병곤 기자>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 의제 공감대 형성 여수섬 홍보대사 역할 톡톡

황 작가 “좋은 글귀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

한글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기에 한국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여백의 균형미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캘라그라피의 묘미랄까.

여수 캘리그라피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인물이 바로 여수 캘리회를 이끌고 있는 캘리그라퍼 황진아(50) 작가이다.

황 작가는 다소 생소했던 여수에 캘리를 정착시키고 단순 취미활동을 뛰어넘어 어엿한 한 예술분야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수 캘리의 산 증인이자 캘리그라퍼들의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전남교육청학생교육문회회관 2층 갤러리 린에서 전시 중인 여수캘리회(회장 황진아) 세 번째 글씨전 ‘여수 섬들의 잔치’는 지역공동체 행사 의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사례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여수 섬들에게 부여된 특별한 의미를 캘리 작품으로 널리 알리고 대변하는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황 작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캘리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과정이다. 먼저 섬의 역사, 슬픔, 회한, 정서 등이 담긴 시를 발췌해 구상에 들어간다. 섬의 개성이 담긴 시 구절을 택하는 것도 온전히 캘리그라퍼 작가의 몫이다.

시인의 작품이 훼손하지 않고 무엇을 설명하고 얘기하려는지 요지를 파악해야한다. 그런 다음에 가장 중요한 작가의 개성 넘치는 독창적인 표현이 덧붙여져야 작품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섬들의 잔치’를 보노라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회화와 상상을 자극하는 글씨의 멋드러짐이다. 회화는 섬과 바다를 시각적인 차원에서 표현하고 설명이 곁들여진다. 반면 아름다운 우리글로 표현한 캘리는 설명하지 않아도 바다를 무한 상상하게 하는 묘한 마력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인가 정작 시인들이 캘리그라퍼를 부러워한단다. 자신들은 시를 창작하지만 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그림과 멋진 글씨로 한 폭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리라.

황진아 작가가 아크릴 위에 표현한 캘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늦깎이 나이에 캘리그라피와 운명적인 만남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그린 문자’라는 뜻이다. 기계적이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개성 있는 글자체의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취미로 서예를 하셨던 부친 옆에서 먹을 갈았다. 자연스럽게 그림보다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다. 

사회복지 상담심리를 전공했던 38살의 늦깎이 황 작가에게 캘리그라피는 운명과 같은 만남이었다. 수묵 캘리그라피를 보고 필이 꽂혔다. 내면에 남아있던 꿈을 찾아 나섰다. 캘리에 푹 빠진 황 작가는 광주로, 서울로 발품을 팔아 개인적으로 사서를 받아가며 실력을 키웠다.

여수생막걸리 로고가 황진아 작가가 만든 캘리 글씨다. <황진아 작가 제공>

우연히 여수생막걸리 100주년 기념 로고를 공모했는데 그의 작품이 선정되며 캘리그라퍼로서 두각을 나타내게 됐다. 현재 여수 막걸리병에는 황진아 작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혹시 여수생막걸리를 드시는 분이라면 황진아 작가 이름을 찾아보시라.

여수지역에서 캘리를 예술분야로 인정받고 정착시키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장르가 애매했다. 서예도, 회화도 아닌 것이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서예하시는 분들로부터 ‘대충 낙서했느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애초 여수미협 서예분과에 들어가 있었으나 이제는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남 공모전(3회째)도 열리며 캘리가 예술 한 분야로 당당히 인정받으며 위상이 올라갔다.

초보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작품 내 글씨 선이 흔들렸는가 여부다. 일반인이라면 3년 정도 배워야 캘리를 흉내낼 수 있다. 작가로서 활동하려면 7~8년 정도 연마해야한다. 그보다 중요한 작품의 생명을 불어넣는 참신성과 개성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황 작가에게 여수 365개 섬들 중 가장 매력적인 섬을 묻자 그 즉시 ‘소리도’란다. 등대 쪽에 올라가는 길에 대나무가 반갑게 반기고 해안 절벽이랑 풍광이 너무 잘 어울려 아름다움에 매료됐단다. 이미 여수공항, 여수시의회, 여수시청 개인 순회전시를 통해 소리도의 멋짐을 알렸다.

서울 지하철 역에 가면 스크린 도어에 시가 쓰여져 있다. 여수지역 버스정류장 유리벽에 좋은 글귀를 넣어,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좋은 글귀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황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