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옆 용기공원이 지역사회의 이슈가 된지 넉달쯤 되었다. 지난 12일자 여수 신문에 실린 ‘용기공원 사태가 주는 교훈’이라는 칼럼에서 용기공원 임시주차장 조성 정책결정 과정을 두고 지난 해 6.2지방선거에서 정책연합으로 당선된 현 시장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종의 정치적 배반으로 묘사했다.

민선 5기 여수시장 선거에서 현 시장의 파트너였던 분은 정당의 후보자로서 정책적인 연대를 한 것이지 시민단체의 대표로 나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 칼럼은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장이 용기공원 주차장 조성을 강행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기공원 임시주차장 조성 관련 예산은 시에서 편성하여 시민의 대의기관인 여수시의회의 상임위, 예결위, 본회의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정당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용기공원은 시청 뒤편의 야산을 포함해서 약 5만7천㎡정도 되는 지역이다. 이렇게 말해도 많은 시민들께서는 머릿속에 용기공원에 대한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최근 용기공원이 논의의 중심에 서기 전까지 잘 몰랐다. 현재 이곳은 대부분 밭과 경제성 없는 수목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공원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원부지 중 테니스장을 제외한 4만5천㎡를 제대로 된 공원으로 조성해서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전후해서 길어야 10개월 안팎으로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한 후에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것이 여수시의 계획이다. 이곳을 환승주차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세계박람회 기간 중에 외부 관람객들이 와서 주차하고 근처 25개소 879실의 호텔이나 여관에서 자고,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바다 구경도 하고 박람회장도 둘러보고 갈수 있다면 말이다.

“이 근처에는 이미 주차장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박람회장까지 가는데 거리도 멀고 복잡한 시내를 통과해야 하는 데, 굳이 이곳에 주차장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1～2km 내외에는 대낮에도 도로변까지 온통 차량이 점령하고 있다. 환승주차장이 시내에 있으면 거리와 시간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품게 된다. 시 외곽에 주차장이 아무리 많이 있으면 뭣하나?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셔틀버스 타고 바로 떠나버리면 조직위 수입인 입장료 외에 여수시에는 쓰레기만 남게 될 것 아닌가? 이런 현상을 여수시민들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시내에서부터 차근차근 주차하면서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 시 외곽에서부터 주차를 하게 되면 아마도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상의 수십km가 주차장이 될 것이다. 조직위가 당초 341억원을 들여 환승주차장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용기공원은 엑스포 기간 중에 주차장으로 쓰고, 이후 정말 공원다운 공원으로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돌려드린다고 한다. 통합청사를 짓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고 지방재정투·융자심사 통과는 물론, 정부의 공공청사 억제책에 의해서 국비지원 받기도 요원하고, 무엇보다도 시의회의 동의와 시민적 합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통합청사 추진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 진정성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개발과 보존은 양날의 칼과 같다. 한쪽에 집착하면 더 큰 것을 잃을 것이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필자는 가끔 산 밑에 다닥다닥 밀집해 있는 집들, 산비탈까지 좁은 도로와 골목길로 형성된 구여수시가지를 보면서 구여수권의 동서를 나누고 있는 저 산들 중 하나만 없어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산이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칼럼은 “경제학의 합리성이 여수의 정치지평에도 적용되는 것을 바랄뿐”이라고 한다. 정치와 행정에 경제적 합리성 즉,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라는 논리가 적용될 수는 없다. 행정에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존재한다. 경제적으로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멀리보고 예산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한다. 경제적 합리성과 가장 거리가 먼 곳이 바로 ‘복지영역’이리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요즘은 기술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어 임시로 쓰는 주차장도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수 있고 다시 복원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여수시가 시민에게 약속한 사항이니 그 이행 사항을 지켜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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