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진초등학교가 9일 올해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 15명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학생과 선생님들 모두가 참가한 ‘입학 100일 축하잔치’를 열었다. 이날 축하잔치에는 축하떡도 올라왔고 아이들에게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의 100일 편지도 낭송됐다. 이번 축하잔치로 작지만 강한 학교 나진초등학교가 학부모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전체 구성원들이 1학년들의 입학 100일을 축하해 주는 이색 ‘100일 잔치’가 열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30분 한 시간이 주어지는 중간놀이 시간이 시작되는 화양면 나진초등학교 다목적 강당.

강당 앞 쪽에는 조촐하게 차려진 한 아기의 100일 잔치 상처럼 의자 15석과 그 앞 탁자 위에 떡과 과일, 그리고 초 15개가 꽂힌 케이크가 놓여있다. 탁자 앞쪽에는 100여석이 채 되지 않는 의자가 가지런히 줄을 맞춰 놓아져 있다.

이날 잔치의 주인공 1학년 15명이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아직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을 내밀며 강당으로 뛰어 들어오자, 조용했던 행사장은 금방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들이 의자에 앉는다.

이어 재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100일 동안 가슴 졸이며 학교에 보낸 1학년 학부모들도 오늘 주인공들 앞에 가지런히 놓아진 의자에 앉는다. 

김밝음(6학년) 전교학생회장이 ‘입학 100일 축하잔치’의 시작을 알리며 나진초등학교 이색 입학100일 축하잔치가 드디어 시작된다.

김철수 교장이 인사말을 통해 첫 번째로 1학년 입학 100일 축하의 말을 건넨다.

“오늘은 1학년들이 우리 학교에 입학한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학생으로 새롭게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100일 잔치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100일 잔치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인성을 키우자는 취지로 시작한 창의 인성 프로그램이다는 것을 김 교장은 설명한다.

이후 전교생을 대표해 1학년들에게 입학 100일 축하 메시지를 대신 전하기 위해서 2학년 이은지 학생이 마이크 앞에 선다, 

“지난해 백일잔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벌써 일 년이지나 후배를 맞이했습니다. 1학년은 한 번 밖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1학년을 보내길 바랍니다. 입학 100일을 축하합니다.”

축하 메시지가 끝나자 합창부 20여명이 무대 위로 올라가 ‘100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시작한다. 1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와 탁자 위에 놓인 축하 케이크를 자르자 이날 잔치는 절정을 향해 간다.

드디어 잔치의 절정인 1학년 아이들의 편지 낭독. 지난 100일 동안의 추억, 자신과의 다짐, 부모님과 약속, 자신의 꿈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15명의 아이들이 차례로 읽는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지 벌써 백일이 지났어요. 가르쳐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백일까지 같이 와준 친구들아 고마워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또 지금까지 키워주신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다음은 지난 100일 동안 떨리고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뒤로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 학부모들의 답장 낭독. 

“어느새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해 할 줄도 알고, 어린 줄만 알았는데...처음 백일잔치란 말에 어색함 반, 반가움 반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학 후 100일이 아닌, 태어나서 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앞으로 아기 때부터 미소천사란 별명처럼 늘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웃을 일이 많길 기도한다...”

편지를 낭독하던 부모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하고, 눈시울도 붉어진다. 재학생들과 주변의 교사들도 하나 같이 손이 눈으로 간다.

특히 지난 100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 김경옥 교사는 눈물이 핑 돌자, 슬며시 자리를 피하며 밀려오는 감동을 막아 보려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아마도 입학 때 개구쟁이였던 아이들이 지난 100일 동안 어느 덧 의젓한 학생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나진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정규 교과과정의 하나로 1학년 입학 100일 잔치를 열고 있고, 행사 시간도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지는 중간놀이 시간을 택했다.

올해 잔치는 지난해 학교 선생님들과 1학년 아이들만이 학교 교실에 모여 간단히 치렀던 것과 달리 전교생들이 축하해 주는 자리로 규모가 조금 커졌다. 

작지만 강한학교 나진초등학교의 내년 입학 100일 축하 잔치에는 또 어떤 감동이 밀려올지 벌써 기다려진다.   

정송호 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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