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라면 봉두리 여수시립공원묘지를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의곡마을. 이 마을의 옛 지명은 ‘갬실’이다. 큰 골자기가 있는 마을 이라는 뜻이다. 산과 산 사이로 뻗은 계곡 주변으로 논이 형성돼 있다. 계곡은 정비공사로 인해 옛 정취는 많이 사라졌다.

여수시립공원묘지가 있는 소라면 봉두리 의곡마을의 변화도 그렇다.

 의곡마을의 본래 이름은 ‘갬실’이다. 갬실은 개미실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개미의(蟻)자와 골짜기란 뜻의 곡(谷)자를 써서 의곡이란 이름이 되었다.

 ‘갬실’ 이란 옛 지명의 어원은 본래 우리 땅이름에 많이 나타나는 감계 지명의 형태이다.

감은 고어로 ‘크다, 위대하다, 으뜸이다, 신성하다’의 의미를 가지며 많은 땅이름을 파생하였는데 개미의 골짜기가 아니라 큰 골짜기 으뜸의 골짜기란 뜻이다.

여수반도에서 가장 긴 계곡을 형성하는 의곡마을 골짜기 형태와도 통한다.

아랫갬실(하의곡)로 향하는 길에 서면 우측 산 아래로 대나무 밭이 있는 농가가 있다. 이곳의 옛 이름을 점등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이곳에서 옹기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집 뒤꼍에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옹기 가마가 4~5m 남아 있고 부서진 옹기 편과 불에 구워 단단해진 흙들이 담장을 이루고 있는 것도 발견된다.

점등을 지나고 나면 길 왼쪽 골짜기가 범우골이요 오른쪽이 노구실이다. 전설에 범우골의 호랑이 소리에 노구실의 늙은 개가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라 전해온다.

노구실을 지나 오른편은 대롱같이 긴 ‘대롱골’이고 이곳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는 오른편 산등성이는 청룡등이다.

마을에선 이곳을 청룡이 잠자는 지세라며 신성하게 여겨 이곳에서 나무를 베거나 산을 훼손하면 마을에 재앙이 생기고 당사자는 죽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마을유래에 청개미가 다리를 건너는 형국이라는 것도 청룡등과 마을 간의 다리에 전하는 얘기이고 개미를 굳이 청개미라고 하는 이유도 청룡등의 이름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

황새봉 아래에 터를 잡은 아름다운 마을로 들어서면 서쪽으로, 예로부터 영험 있는 약수로 소문난 물망골이 서북쪽 오십 여 미터 산허리에 있다.

큰 바위 사이에서 나오는 약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 정성을 드리고 목욕을 하면 아기를 갖기도 하고, 피부병이 심한 사람도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깨끗이 낳기도 하였단다.

더욱 신비스러운 것은 평소 수량이 많지 않다가도 물을 원하는 사람이 이곳에 와 “물망골 약수님 물 맞으러 왔으니 물 좀 주십시오!” 하고 나면 물이 콸콸 솟아 나왔다고 한다.

물망골에서 내려와 서쪽 골짜기로 더 들어가면 어둑골 또는 불당골이라 부르는데 이곳은 숲이 우거져서 어둡기 때문에 어둑골이라 하기도 하고 예전 불당터가 있어서 불당골이라고도 하는데 집터의 흔적으로 보이는 텃자리와 기와 편들이 있는 곳이다.

마을의 동쪽 청룡등과 이어진 골짜기는 소뭇골이다. 소를 놓아 먹였던 곳에 붙는 땅이름으로 ‘소밋골, 쇠밋골, 쇠미기골’ 등으로 불린다.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당산나무가 정자와 함께 이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데 당산 나무 아래로 흐르는 개울과 함께 옛적 이 곳에 나무를 심던 마을 선조의 후손들을 위한 넉넉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당산나무가 있는 공터에서 북쪽 웃갬실을 바라보면 산 중턱으로 기다랗게 솟은 큰 바위가 우뚝 서 보인다. 선바구라고 부르는 성신앙물이다.

농경문화의 특징으로 다산을 기원하고 아들을 원하는 의식에서 싹터 이러한 성신앙물로 전해진다.

아랫갬실을 나와서 웃갬실로 향하면 왼쪽으로 첫 번째 만나는 골짜기가 가는골이고 건너 동쪽은 어두벵이라 부른다. 그늘이 지거나 나무가 울창하여 어둡다는 뜻이다.

어두벵이를 지나면 바랑골과 잣골이 동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둘 다 산 안쪽의 골짜기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어두벵이를 지나면 웃붓당골과 첨샛골이 서로 마주하고 있으며 다음은 웃갬실 마을이 반겨 맞는다.

마을 동쪽 산을 넘어 장전마을로 통하는 고개는 하루나 걸린다는 하루곡이다. 선바구가 있는 곳을 용수골이라 하고 그 넘어는 배낭골이라 한다.

마을 뒤쪽으로도 큰 골짜기가 있는데 시원한 찬샘이 있는 참새미골에 유주골과 멧방골이 그 뒤로 이어진다.

◇의곡(갬실)마을 입구

이곳을 지나면 왼편으로 논이 많은 골짜기가 서낭골이고 다음은 공원묘지가 있는 할미골이다. 공원묘지가 들어서면서 옛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여 이름 지었다고 화제가 되었는데, 율촌(栗村) 연화에서 할미골을 넘는 고개의 이름까지 송장고개라 하는 데에는 할 말을 잊는다.

여수지역 최고의 명당이라는 황새봉 아래 자리 잡아 텃자리가 자랑거리였던 마을에, 여수 시민의 사후 안식을 품에 안은 공원묘지가 들어선 일은 주민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지세를 닮은 주민들은 많은 배려를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봄이면 벚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철 이 골짜기에는 꽃이 지지 않는다.

청개미를 위해 다리를 놓아준 갬실 마을 사람의 넉넉함과 황새봉의 지세를 이루어 놓은 신의 준비가 있었기에 여수(麗水) 사람들이 마지막 가는 극락정토가 이곳 갬실 마을에 들어선 것은 아니겠는가?

신성스러운 갬실 골짜기의 포근함이 있어 여수는 더욱 큰 복을 받은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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