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차선에서 직진 차량이 오는데, 그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급하게 좌회전하려고 속도를 높였다.

좌회전 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아 충돌했다.

31일 발생한 여수 원유부두 유조선 충돌사고를 육상 교통에 빗대서 설명한 말이다.

16만4000리터에 달하는 기름유출사고의 원인이 유조선을 운항한 도선사의 무리한 좌회전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수해경에 따르면 사고를 낸 유조선은 당초 원유부두 도착 예정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빨리 도착해 부두에 충돌했다.

여수광양항 통항분리도.(자료: 여수지방해양항만청). 붉은색 실선으로 표시된 것이 사고 유조선의 운항 경로다. 우측으로 항해하던 유조선은 △형으로 표시된  <주의해역 4 : KOC, 원유부두 입출항 선박> 구역에서 좌회전해 원유부두로 향했으며, 속도를 줄이지 못한채 원유부두와 충돌했다.

그 이유를 이번 사고에 대해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익명의 해상 전문가를 통해 알아 봤다.

그는 “한 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광양항 쪽에서 오동도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남해 상주 쪽에서 광양항 쪽으로 올라가던 유조선(사고 선박)이 중간에 있는 낙포 원유부두로 좌회전하기 위해 속력을 높인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상에도 육지 도로와 마찬가지로 약속된 ‘차선’이 있다.

외해에서 광양항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육지의 차량과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통행한다.

낙포 원유부두는 선박 진행방향(외해→광양)의 왼쪽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유조선이 원유부두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좌회전을 해 상대편 차선(항로)를 가로질러 통과야 한다.

상대편 항로에 대형 컨테이너선박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유조선(사고 선박)은 기다림보다는 ‘빠른 통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통과 후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유조선이 시속 7노트의 속도로 원유부두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해경의 조사가 끝나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 교통관제센터(VTS)가 당시 어떻게 유조선을 관제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상 교통관제센터가 무리한 좌회전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도선사가 지시에 따르지 않았는지는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실근 기자  yosu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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