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직원 88명, 협력사 52명 명퇴 이어

항운노조원 113명 또 실직 위기

남해화학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전 농협중앙회 상무 출신의 김장규(金璋圭·58/사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칼날이 정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목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화학은 지난 7월 초, 전체 직원 542명 가운데 16%인 88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또 협력업체 직원 약 300명 중, 대륙기업 직원 20명과 남우진흥 직원 32명도 퇴직시켰다.

최근에는 비료 상차를 담당하는 대한통운과 비료 상차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대한통운 상차일을 맡아오던 113명의 여수종합항운노조원들이 일순간 일자리를 잃게 됐다.

김 사장 취임 이후, 강력한 인원감축이 이어지자,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김 사장의 경영방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한 퇴직직원은 “인력감축은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계가 돼야 한다”며 “인력감축을 구조조정의 첫단계로 삼는다는 것은 사장이 경영을 개선할 능력이 없거나 자신이 없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규모 동시 실직 상태에 처한 항운노조원들은 전임 장경택 사장에 대한 향수에 젖기도 했다.

한 노조원은 “순천고 출신인 전임 장경택 사장은 유류사업에 손을 뻗치는 등 어떻게든 사업분야를 다각화해서 직원들을 자르지 않고, 경영을 개선하려고 애를 썼다”며 “그러나 이번 사장은 경북 의성 출신이라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인지 직원부터 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남해화학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슬림경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이며 이를통해 연간 100억원의 경영수지 개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남해화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지 사장이 능력이 없어서 인력감축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 2분기만 영업이익 150억

남해화학은 지난해 총 664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1억5천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돼 온 체질개선 작업을 토대로 올해는 2분기에만 매출액 2817억4400만원, 영업이익 150억3000만원, 순이익 141억3800만원을 올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8%, 순이익은 67.1%나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올해 2분기는 지난 3월에 취임한 현 김장규 사장 재임기간이지만 직원들은 이러한 경영성과가 나타난 공을 전임 장경택 사장에게 돌리는 분위기다.

◆항운노조 사태 ‘불만의 분수령’

남해화학은 지난달 28일, 비료상차를 맡고 있는 대한통운에 대해 현재 지급하는 상차비 5,400원은 동종업계인 동부화학의 3,200원, 삼성화학의 1,800원에 비해 3-4배 높다며 작업비 80% 인하를 요구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의 상차일을 맡아왔던 113명의 여수항운노조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항운노조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항운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항운노조가 원청사로부터 70%의 요율로 작업비를 받고 있는데 우리가 대한통운으로부터 받는 작업비가 현행 톤당 3,170원인데 남해화학의 요구대로라면 이를 650원으로 낮춰야 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남해화학이 제시한 자료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항운노조원들이 받는 상차단가는 남해화학이 3,170원, 동부화학이 3,139원, 삼성화학이 3,555~3,710원이다”고 반박했다.

농성중인 항운노조원들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물러날 수 없다”며 강력한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이번 사태가 그동안 쌓여있던 현 경영진에 대한 불만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규 사장의 구조조정 칼날과 113명의 노조원 및 수백명의 가족들의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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