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양 컨테이너 162개

정부가 남해상에 추락한 수백개의 컨테이너 수거에 뒷짐을 지고 있어 어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가 상륙한 지난 7월 10일,여수시 남면 소리도 인근 해상을 통과하던 싱가폴 선적 컨테이너 전용선 2척에서 187개의 컨테이너가 해상으로 추락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인양된 것은 고작 25개.

이로인해 추락 컨테이너에 적재된 각종 물품이 바다 속으로 흩어지고 뻘밑으로 스며들어 바다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수거 작업을 포기한 가운데 어민들이 조업을 포기하고 직접 수거한 컨테이너 적재물에는 전자렌지, 잉크 카트리지, 실내 골프장 그물망, 전자렌지 등과 황산 등의 독극물도 다량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어민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새우잡이를 하는 이동성구획어업은 아예 손을 놓고 있고, 권현망, 유자망, 연승어업은 조업을 나갔다가 컨테이너에 의해 어구,어망이 찢기는 사고가 속출해 3000여명의 어민들이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어민들은 사고 직후 수차례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여수시, 여수해양경찰서 등에 진정을 넣고 조속한 수거 작업을 강력 촉구했지만 관계기관장 대책회의 한번 열지 않고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며 책임 떠넘기에 급급했다.

더욱이 해수부는 초동 대처에 적극 나서야 함에도 "항계밖의 일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태 악화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해수부는 최근 어민들의 항의에 못이겨 선사측에 지난 11일까지 컨테이너 수거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입출항을 통제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사후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어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정도로 과학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데 우리 정부는 바다에 빠져 있는 컨테이너 하나 탐색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니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하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탐색 장비 타령을 하는 동안 어민들이 직접 컨테이너 추락 좌표를 확인한 것은 50여개. 사실상 정부는 어민들이 보유한 구식 어탐기만도 못한 셈이다.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어민들은 참다못해 파손 컨테이너에서 빠져나온 쓰레기 물품 20여톤 가량을 직접 수거해 여수지방해양수산청과 여수시청에 쏟아 붓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의 무관심속에 여수시는 어민피해대책위와 간담회에서 컨테이너 수거 비용 6억 800만원을 책정해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민들의 분통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26일 노순기 어민피해대책위원장은 "해양엑스포를 추진하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초기에 사태를 수습했을 것이다"며 "정부의 태도는 오염된 고기를 어민들이 잡아서 국민들에게 팔아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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