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선으로 2시간...

기암괴석 눈으로 즐기고, 풍부한 수산물 맛으로 즐기는 섬

▲거문도전경. 가운데 보이는 다리가 삼호교이다.

오전 7시 30분. 들깬 잠을 뒤로하고 부랴부랴 챙겨 거문도행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생전 처음타보는 쾌속선이라 그런지 어린애 마냥 가슴이 설랬다.

파란 융단 같은 바다, 옹기종기 떠 출렁이는 섬들, 쾌속선은 그 사이를 질주한다.

하얀 갈매기들은 하늘을 날고, 푸른 물결은 하얀 포말로 부서져 고물을 나른다. 간간히 스쳐가는 올망졸망한 섬들과 여객선 선실을 가득 메운 섬사람들의 오고가는 정겨운 이야기에 귀기우리다 보니 어느새 거문도에 와있었다.

남해의 마지막 보물이라 불리는 거문도에 내렸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구수한 어촌마을의 정취를 더한다. 어디서 나타났지를 모를 바둑이 녀석이 반가워 인사라도 하는 듯 내 뒤를 졸졸 따랐다.

원래 삼도라고 불렸던 이 섬은 1885년 거문도 사건 당시 청나라 북양대신 정여창이 거문도 주민들과 필담을 나누던 중 그 해박함에 놀라 거문도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섬 전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영국군 묘지

읍내의 오밀조밀한 골목길을 지나 약 30분 정도 산길을 타고 올라갔다.

만개한 유채꽃밭 사이를 지나 영국군묘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문도는 남해안과 제주도 중간에 위치한 섬으로 거친 파도를 막아주고 아늑한 기후덕택에 과거 서구 열강들은 이곳을 동북아 군함과 무역선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영국은 일찍이 1845년 사마랑을 보내 탐사를 한 뒤 무단점령을 했다.

거문도에는 현재 영국군 묘 3기가 남아 있다.

당시 영국군은 해군 제독 해밀턴의 이름을 따서 거문도를 ‘포트해밀턴’이라고 명명했다.

묘지의 주인공에만 관심을 갖는 위 기록으로 보면 워낙 표현이 온건해 영국군이 잠시 나들이라도 나왔다 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하지만 거문도 무단점령은 두 말할 것도 없는 제국주의적 침략 행위였다.

▲영국군 묘지가는 길목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있었다.

◇등대가는 길엔 기암괴석이

거문도여행의 백미는 등대를 보러가는 2시간 정도의 산행코스이다.

삼호교는 거문도 고도와 서도를 잇는 다리로써 거문 항에서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과거 배로 오가던 것이 지난 1991년 다리가 완공된 덕에 왕래가 한결 수월해졌다. 삼호교를 지나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목넘어’라 불리는 섬 모퉁이에서 일단 멈추게 된다. 땅 길이 끝나고 바닷길을 건너서 등대로 가는 수월산 줄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밀물이 오면 이 길은 막혀 갯바위를 뛰어 넘으며 가야하고 썰물이나 물이 조금 찰 때면 곧바로 해안을 건널 수 있다.

▲목넘어. 이곳을 건너야만 등대로 향할수 있다.

◇동백림 등 아열대식물 군락

해안을 건너 산길에 들어서면 동백 터널이 이어진다.

온화한 날씨 덕분인지 여기저기 동백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또한 이곳은 풍란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또 동백 사이로 잣나무와 밤나무도 많다.

등대로 가는 길은 오른편 절벽을 타고 이어진다. 저 멀리 망망대해에 떠있는 고기 잡는 목선한척이 외로워 보인다.

절벽 바로 아래 보는 각도에 따라 합장하는 부처 모양이기도 하고 남성의 상징으로 도드라지기도 하는 ‘선바위’ 모양새가 참으로 이채로웠다.

▲선바위 전경.

지친 나그네 일랑 쉬었다가라며 숲길 군데군데에는 빈 나무벤치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번쯤 누군가에게 너그러이 마음을 열어 등받이가 되어주는 삶을 일러주는 듯 의자는 편안하게 나그네를 받쳐주며 숲 사이로 툭 트인 바다를 창문 열 듯 열어 놓고 있었다.

동백 터널을 빠져나와 이윽고 등대에 들어섰다.

◇100년간 불켜온 거문도 등대

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

남해안 최초로 세워진 등대에는 숙소, 사무실 등이 하얀 색상의 연와조로 만들어졌다.

높이는 6.4m, 해수면으로부터는 69m에 이르는 절해의 고도에 위치하고 있다.

 절벽 아래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벼랑이다.

거문도 등대는 여느 등대처럼 아픔이 배어 있다.

1885년부터 2년 동안 영국해군의 점령을 받았던 거문도.

이후 1988년 강대국과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거문도에 진을 설치하고 거문도 세 개 섬인 고도, 동도, 서도를 수비토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옛 추억의 등대는 더 이상 불을 밝히지 않는다.

작년 거문도 등대의 100주년을 맞아 높이 34m, 154계단의 동양 최대 규모의 등대가 새롭게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등대에는 현재 오륙도와 영도 등대 그리고 대마도 앞까지 연락이 가능한 위성항법장치 (GPS)가 설치되어 있다.

안테나 탑이 하늘을 찌를 듯 수월산 정상과 키를 재듯 높게 솟구쳐 있어 그 규모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등대 옆에는 ‘관백정’이라는 이름의 팔각정 쉼터가 있었다.

쉼터의 2층에 올라 눈앞의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광활한 바다 앞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저 바다를 일러 손짓만 할 뿐이었다.

▲'관백정'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목선한척이 외로이 떠있다.

이곳은 한라산과 더불어 절대 고독의 상징인 ‘백도’가 보이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저만치 등대 아래 외딴 바위섬에는 강태공들이 추위도 잊은채 낚시에 여념이 없다.

가까운 바다에는 고기잡이 어선들이 하나둘 포구로 돌아오고 있다.

▲오른쪽이 100년간 불을 켜 온 옛등대. 왼쪽이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새등대.

◇거문도 갈치회 “소주 당기네”

거문도에 오면 갈치회를 먹어봐야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4계절 내내 풍성한 갈치가 올라오는 덕에 신선한 갈치회를 한 접시에 3만 원 정도의 싼값에 맛볼 수 있다.

말로만 듣던 거문도 갈치회를 맛보기 위해 선착장 일대에 즐비한 횟집 중 한군데를 찾았다.

은빛이 감도는 갈치회를 초장에 찍어 미나리, 양파, 깻잎과 함께 한입 싸먹으니 그 쫄깃쫄깃함과 고소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소냐 소주한잔 곁들이니 그 맛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곁들여 나오는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갈치와 늙은 호박을 넣고 푹 끓인 구수한 된장국은 나그네의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거문도 갈치를 싸게 살려면 거문도 위판장에서 구입하면 싸게 살수 있다. 가격은 한상자당 3만원 정도한다.  

▲아른아침 거문도 위판장엔 이제 막 잡아올린 갈치가 가득하다.

▣ 여행 tip

“날씨 꼭 채크하세요”

섬 여행의 최대 변수는 날씨다.

가는 날은 물론 돌아오는 날의 기상정보(061-131)까지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하절기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자칫 섬에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속옷을 충분히 가져가는 것이 좋다.

거문도는 육지에서 멀고 관광지인 탓에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다.

아울러 단체로 가지 않는 이상은 거문도에서의 숙박은 여관보다는 최근에 생긴 민박시설을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낫다.

외지인은 거문도로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더욱 편하다.

 ▣여행정보
오전7시30분, 오후1시20분 쾌속선 2회 출항

청해진해운 663-2824

가고오고호는 여수에서 오전 7시40분, 오후 1시20분 매일2회 운항하며 거문도에서 여수로 출항하는 배는 오전 10시40분, 오후4시 매일2회 운항한다.

거문도까지의 소요시간은 2시간10분 정도 소요되며 나로도, 손죽, 초도, 서도기항 등을 경유한다.

거문도까지 요금은 편도가 28,200원이며 초등학생까지는 50% 할인된다.

총 297명 탑승가능하며, 33노트의 속도로 운항한다.

거문도에서 출발하는 백도유람선은 수시운항하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볼거리는 백도선상유람(39개의 기암괴석)과 거문도등대, 서도트레킹코스 등이 있으며, 요금은 22,000원이다.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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