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외로운 가요, 당신은 외로운 가요….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와 뽀얀 담배연기, 20~30대들로 가득 차 있던 그 시절 다방은 지금의 30~40대라면 누구나 생각나는 지난 70~80년대 ‘음악다방’속의 한 풍경이다.

유리박스 속의 ‘DJ’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에 취하고 때로는 고막이 터질듯 한 보컬그룹의 록 음악이 나오면 마치 리드 싱어가 된 듯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 장단을 맞추던 기억.

차 한 잔 값이 100원 정도 하던 시절, 음악다방은 마땅히 갈 곳 없고, 호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았던 사회 초년생들이나 대학생, 젊은 직장인들의 유일한 휴식처였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사랑하는 연인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평소 좋아하던 팝송을 맘껏 들을 수 있는 음악다방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그 시절 뭐니 뭐니 해도 음악다방의 얼굴마담은 단연 DJ이었다.

장발이 유행하던 시절, 뒷주머니에 도끼 빗을 넣고 다니며 거울 앞에서 뽐내며 머리를 빗는 유리박스 속의 DJ들은 그 시절 젊은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들에겐 DJ는 그 또래들에겐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동네 우상이었고, 누구나 한번쯤은 화려해 보이는 DJ를 꿈꾸기도 했다.

그 시절 뮤직 박스 주위에 앉아 커피한잔 시켜놓고 하루 종일 친구와 노닥거리던 손님, 커피한잔 시켜놓고 한번에 5~6개의 팝송과 가요를 신청하는 욕심쟁이 단골손님들은 다방마담의 눈총을 사기 일쑤였다.

또 여고생들은 어쩌다 잘 생긴 DJ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기가 일쑤였다.

여수에 다방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68년 소라다방이 소라면에 최초로 생긴 것부터 시작됐다.

당시 구도심의 중심이었던 관문동 등지에도 수궁다방과 무등다방, 남촌다방이 생겨나면서 여수의 다방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월세계, 월성다방을 포함한 ‘음악다방’들이 우우죽순 생겨나면서 이른바 ‘다방의 전성기시대’를 이뤘다.

그 시절 다방에는 수많은 약속들과 기다림, 헤어짐과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시절 북적대던 약속다방의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당시에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해 비싼 오디오를 구입할 수 없어 자연스레 음악다방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 자리를 수많은 PC방과 오락실들이 대신하고 있다.

월성다방이 생긴 이래 30년이 넘게 단골이었다는 박 모 씨는 “캔 커피가 냉장고를 채우고 테이크아웃 커피가 가득한 시대에 다방의 추억을 그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라며 옛 다방이 사라져가는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또 “지금도 이곳에 오면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면서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번쯤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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