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햇살이 산과 바다를 간질이는 4월. 봄 향기가 뭉게구름 피 듯 몽글몽글 피어올라 마치 봄의 행진곡을 연상케 한다.

봄 풍년을 맞은 여수 앞바다에는 온갖 봄 해산물들이 펄떡이며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풍요롭게 한다. 그 중에서도 봄철 입맛 당기는 음식으로 바다의 싱그러움을 안은 숭어가 적격이다.

맛이 좋기로 유명한 물고기 숭어는 ‘자산어보’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을 만큼 맛이 좋기로 이름나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한몫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생김새가 미끈하고 은빛비늘이 화려한 숭어는 회로 떠놓으면 선홍색과 아이보리색이 윤기 자르르하게 조화를 이룬다.

숭어는 날치처럼 바다를 뛰어다닐 만큼 힘이 좋고 성질도 급한데 그만큼 육질이 탄력 있다. 게다가 맛도 좋거니와 모양도 좋아 등 부분의 붉은빛과 살집의 윤기가 흐르는 모양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난다.
 
숭어회는 육질이 부드러워 회 뜨기가 비교적 간단해 집에서도 손쉽게 회를 뜰 수 있으며, 바닷물에 한번 씻어놓으면 살이 더욱 꼬들꼬들해진다. 숭어껍질은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먹는데,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봄 숭어는 소화 촉진 효소는 물론 비린내 제거 및 식중독 예방에 탁월한 생강을 함께 먹을 경우 피곤함을 달랠 수 있다. 또 회를 뜨고 남은 뼈로 끓인 매운탕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술 마신 후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해장 음식인 숭어탕은 체질적으로 간 기능이 허약한 사람이나 춘곤증에 시달려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에겐 강력 추천이다.

여수수산시장에 가면 숭어 7kg을 4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숭어회 한 접시/ 안도현

눈이 오면, 애인 없이도 싸드락싸드락 걸어갔다 오고 싶은 곳
눈발이 어깨를 치다가 등짝을 두드릴 때
오래된 책표지 같은 群山, 거기
어두운 도선장 부근

눈보라 속에 발갛게 몸 달군 포장마차 한 마리
그 더운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라
갑자기, 내 안경은 흐려지겠지만
마음은 백열전구처럼 환하게 눈을 뜰 테니까

세상은 혁명을 해도
나는 찬 소주 한 병에다
숭어회 한 접시를 주문하는 거라
밤바다가, 뒤척이며, 자꾸 내 옆에 앉고 싶어 하면
나는 그날 밤바다의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이미 양쪽 볼이 불콰해진
바다야, 너도 한 잔 할래?
너도 나처럼 좀 빈둥거리고 싶은 게로구나
강도 바다도 경계가 없어지는 밤
속수무책, 밀물이 내 옆구리를 적실 때

왜 혼자 왔냐고,
조근조근 따지듯이 숭어회를 썰며
말을 걸어오는 주인아줌마, 그 굵고 붉은 손목을
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라

나 혼자 오뎅 국물 속 무처럼 뜨거워져
수백 번 엎치락뒤치락 뒤집혀 보는 거라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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