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아름다운 궁항마을

[여수신문]아름다운 석양과 고소한 전어맛이 일품인 소라면 궁항마을은 작은 농어촌마을이다. 해질녘이면 카메라에 노을빛을 담아가는 사진작가들, 가을전어맛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 관광객들로 마을은 늘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다.

현재 42가구 15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쌀과 낙지, 전어를 주산물로 하고 있는 반농반어마을이다.

이 마을은 여자만을 끼고 있지만 수심이 얕아 대형선박이 출입할 수 없어 어업은 대단치 않다. 그러나 썰물때면 1Km 가까이 갯벌이 형성 돼 참고막과 바지락을 비롯한 패류가 많이 나 주민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옛날부터 이 마을은 물이 귀해 가까운 산기슭에서 지하수를 끌어와 집집마다 수도전을 달아놓고 물을 먹는 형편이다. 하지만 소라면 지방도에서 마을입구까지 군도 4호선이 따로 뚫려 교통은 편리하다.

한편 이 마을에서는 김선현(전 면의회의원)과 김재석(언론인)이 배출됐다. >> 궁항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이 마을에 제일 먼저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에 충청도에서 청주한씨(淸州韓氏)가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1698년대에 경북 칠곡(漆谷)에서 장만홍(張萬弘)이 이주해 왔으며 같은 연대에 영암(靈岩)에 살던 김명언(金命彦)이 율촌에 살다가 화재를 만나 가재를 몽땅 태워버리고 이 마을에 이사해 와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방되던 1949년에 죽림리, 돌산 평사리 등 일대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주 해 옴으로서 마을이 제대로 형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마을의 지명은 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오늘까지 궁항(弓項)으로 일관 돼 불리고 있다. 마을의 생김새 자체가 마치 활같이 생겼고 바다 가운데로 병모가지처럼 쑥 불거졌다 하여 활궁(弓)자와 목항(項)자를 결합해 만들어진 지명이다.

이 마을 어귀에는 김해김공 상건 효행기행비(金海金公 相乾 孝行紀行碑)와 학생김해김공준현처효부광주이씨기행비(學生金海金公浚炫妻孝婦廣州李氏紀行碑)가 높다랗게 서 있다.

이 비는 김준현의 처 광주이씨 이남례가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남편이 일본으로 건너간 뒤 늙은 시부모를 지성으로 모시면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낮으로는 마을앞 뻘밭에서 살고 때로는 남의 집의 품팔이로 해지는 줄 모르다가 어떨 때는 봇다리 장수로 이 마을 저 마을 돌면서 팔남매를 훌륭히 키워냈다 하여 1997년 팔남매가 살아계신 어머니의 큰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 장경상 노인회장과의 대화

우리 마을은 부락이 작아 모두가 한 식구처럼 지낸다.

추석이면 청년회에서 노래자랑을 주최해 흥겨운 명절을 보내고, 봄ㆍ가을에는 부녀회에서 어르신 관광을 보내주고 있다. 엊그제 광양 옥룡계곡을 다녀왔는데 즐거움 속에 화합을 다지는 여행이 돼 부녀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마을에 어선이 10여척 있는데 예전에는 전어배가 나갔다하면 만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장이 흉년인지라 가을이면 원 없이 맛봤던 전어가 머지않아 추억의 먹거리가 될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 마을 숙원사업은 수도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다. 지하수를 끌어다 쓰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 물소비량이 많은 명절이나 여름철에는 매우 불편하다.

또 마을에 버스정류장이 없어 비가 오거나 햇볕 내리 쬐는 날에는 인근 경로당에 신세를 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소한 고충이지만 시에서 귀담아 듣는다면 농촌생활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장 박종복(73) △노인회장 장경상(83) △부녀회장 임우엽(63) △청년회장 장세형(53)

이현주 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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