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주 미래노사발전연구이사장

옛날 어느 고승이 산사에 이르자 채소가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이 절에는 이렇게 아까운 음식을 버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나’하면서 돌아서 가려는데 나이든 스님이 헐레벌떡 뛰어 내려와 “이 늙은이가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하고 손발이 떨려 채소를 씻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요”라고 사죄 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 부터 회자(膾炙)되었다.

추사 김정희선생은 모임 중에 최고의 모임은 3대가 모여서 노니는 것이고, 음식 중에 최고는 콩, 나물, 두부라면서 음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다.

필자가 1990년대 초 영국에 있을 때 어느 가정집 주인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은 한해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는 돈이 1조2천억 원 이라는 뉴스를 봤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6·25참화를 겪은 너희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느냐 하는 소리로 들렸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모든 개발도상국가의 모델이 되었으며, 식품유통매장에는  각종 식재료나 가공식품들이 넘쳐나고 있고, 거리에는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식당들이 즐비하다. 축복받은 땅이다.

그러나 이 축복이 우리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어 질지가 불투명하다.

식량자원과 에너지자원의 고갈, 물 부족, 지구온난화 등 세계적인 환경변화로 불안한 미래 지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UN은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가 지금보다 30억 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식량자원은 생명자원으로 안정적인 자급률 확보가 중요하다.

세계 농작물의 3분의1이 동물에게 공급되고 있다. 예컨대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필요한 곡물의 양은  사람 한 명이 먹는 곡물의 열한 배이고, 쇠고기 1kg을 생산 하는 데 드는 물은 보리 1kg을 생산하는 데 드는 양의 천 배에 이른다. 

지구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육고기건, 물고기건, 곡식이건 함부로 음식을 버리는 것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라곤 없어 보인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는 60년 만의 가뭄이 들어 최근 어린이 약 3만 명이 사망했다.

생사의 피난길을 떠나면서 두 자식 중 한 명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 누구든 한 자식의 생명줄을 놓아야만 했을 때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도 놓아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참혹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다.

독일의 경제학자 슈마허 가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저서에서 지구 자원의 유한함에 눈뜨지 못하는 규모 위주의 확대 방식으로는 큰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식량자급률(호주 176%, 프랑스 164%, 미국 150%, 캐나다 143%, 영국 92%, 우리나라 26%) 이 우리나라가 최하위다.

이는 대부분의 식자원을 해외에 의존 하고 있어 우리 생명을 외국에 맡기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음식을 생산, 가공해서 소비하는 우리의 식문화는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1년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가 500만t에 가까우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8조원에서 20조원이라니 참으로 놀랍고 슬픈 일이다. 정말 진실 된 마음과 역사를 두려워하는 겸손함으로 반성해야 한다.

유기성영양물질은 새롭게 만들어지기보다 자연 생태계 안에서 순환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하고, 발생된 쓰레기는 다시 생명체의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자연 순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음식을 먹는 우리 모두의 책무다.

음식물쓰레기는 단순히 20조원의 경제적 가치 상실의 문제가 아니고 미래 우리의 생명자원이 쓰레기가 되어 건강한 삶을 잃어버리게 되고 굶주리는 지구촌에 도덕적 범죄가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띠집을 짓고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때가 엊그제가 아닌가...

곧 추석이다.

우리 선조들은 조상에 대한 제사상 차림을 준비하면서 음식에 대해 경외감까지 갖고 있었다.
따라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석을 준비하면서 적당량만 조리해서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말자.

그리고 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도덕적·경제적 책임감을 가질 때 뭇 생명들이 다 행복해 진다는 것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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