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국회 처리과정에서 '찬성론자'로 몰려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성곤 국회의원. 하지만 그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자신은 한미FTA를 찬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을 만나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 억울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억울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민주당 김성곤 국회의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중간에서 싸움을 말렸을 뿐인데, 어느날 보니 내가 '한나라당 편', '한미FTA 찬성론자'로 몰려 있었다. 나는 단 한번도 찬성을 한 적이 없다. 우리 사회는 흑백론과 좌우대립의 뿌리가 너무 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중도가 설 자리가 없다"

김 의원은 이번 한미FTA 국회처리과정을 회고하며 "내가 택한 길은 지금도 옳은 길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를 몸으로 막는 것은 반대고,  합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반대가 아니냐"며 "나는 한미FTA를 찬성한 것이 아니라, 반대를 하더라도 합리적으로 반대하자는 것이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 의원님은 민주당 내 협상파의 대표가 되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왜 그랬는가?

-. 저는 한나라당이 FTA를 일방 처리할 것이고, 우리는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 의원 숫자가 우리보다 두 배나 많고, 국회 경호권까지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습 처리를 막지 못할 바에야 대안 있는 반대를 하자'고 했다.

'FTA로 인해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서 최대한의 보장책을 사전에 받아놓자'는게 협상파 의원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저의 생각에 민주당 내에서 30명의 의원들이 동조했다.

즉 정부와 한나라당에게서 '농어민들과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 대책을 확실히 보장받고, 가장 큰 독소 조항인 ISD (투자자 국가 소송제) 재협상을 하겠다는 문서를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오겠다'는 약속받자는 것이었다. 대신 우리 민주당은 당당히 반대하되 국민들이 혐오하는 몸싸움은 하지 말자고 했다.

◇ 그런데 왜 한미FTA 찬성론자로 몰렸는가?

-. 11월 22일 한나라당에 의해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기습 처리됐다. 민주당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당한 후 지금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당시 강경파 의원들은 '몸으로 결사 저지하면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과적으로 '실력저지를 했는가' 묻고 싶다. 멀리 서서 손가락질하는게 실력저지인가.
내가 봤을때 몸으로 막은 의원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밖에 없었다.

(민주당 내)강경파 의원들은 실력저지도 하지 못했고, 결국 아무런 피해대책도 보장받지 못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재협상 문건도 받아 놓지 못했다.

만약 협상을 통해 이러한 약속을 받아냈더라면 국민들에게 더 이익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40여명의 협상파 의원들이 있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협상파의 요구를 정부 여당이 수용해야 된다"는 기류가 흘렀다.

그런데 합리적인 주장을 했던 제가 지금 여수와 각 지역에서 'FTA 찬성파', 또는 '매국노'로 매도되고 있다.

저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단 한번도 FTA를 찬성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제가 108배를 한 것도 어떻게 해서든 농어민과 자영업자의 피해대책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반대는 하되 몸싸움을 피하자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이 FTA 찬성이란 말인가.

◇ 지금 국회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한미FTA는 참여정부 당시에 협상이 시작됐다. 그런데 현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인 재협상을 받아들이면서 양국의 이익 균형이 깨졌다.

약 95% 정도는 참여정부 때 협상내용 그대로이고, 5% 정도가 재협상된 내용이다.
문제는 양국의 이익 균형이 깨지면서 농민과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해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법을 만들었을 때 미국의 투자자가 "이 법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즉 ISD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ISD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며 저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번 국회를 방문해서 ‘한미FTA 발효 후 3개월 이내 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하여 'ISD에 관해 재협상을 하겠다'는 문서를 받아오라고 주문했다. 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이 조건을 받아들이라"며 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 내년에는 도의원, 시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시민들은 능력있고 개혁적인 인물을 요구하는데, 현 공천 체계는 민주적이기는 하나, 개혁적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채 사실상 인기투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은 있는가?

-.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로 공천을 하는데, 사실 능력보다는 잘 알려진 사람이 공천된다.

괜찮은 사람을 골라서 전략공천을 하면 좋겠지만 '낙하산 공천', '밀실공천'이라고 욕하기 때문에 어렵다. 한개 선거구에 한해 1명을 전략공천할 수 있는데 그나마 여성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이를 절충하는 방안으로, 당 내외 인물을 중심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개인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한 후, 2차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입지자들이 당선가능성 때문에 민주당으로 몰리는데 사실 1당 독식체제는 좋은게 아니다. 어디든지 견재세력이 있어야 한다. 한 당이 2/3 이상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실근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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