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오도 비렁길 2코스에 위치한 미역널방에서 바라본 아찔한 다도해의 절경.

“쪽빛 바다와 깎아지른 비렁 여기가 무릉도원일세”

총 5구간 18.5km 이르는 트레킹코스 여행자 '지상 낙원'
가는 곳 마다 절경 펼쳐져...인심 후덕하고 먹거리 넘쳐나

비렁길이 시작되는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 선착장을 벗어나 비렁길 입구에 다다르면 금오도 특품인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우거진 산림 속에는 희귀식물인 고란초 군락이 반기고 취나물, 고사리, 참가시나무, 생강나무, 비자나무, 목이버섯등이 자라 식생 보존이 잘 되어있음을 실감한다. 섬 속살에 취함도 잠시, 30분 정도 걷다보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용머리(용두)에 다가선다.

1코스 5km(2시간소요)함구미-미역터널-송광사절터-신선대-두포

500여 미터를 지나자 100여 미터가 넘는 직벽바위에 널따란 공간이 펼쳐진다. 미역널방.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하다.

바다에서 미역을 따다 말렸다하여 얻은 이름이지만 조상들은 이곳에서 배를 깔고 상어를 낚았다 말할 정도로 많은 인연과 사연을 가진 비렁이다. 바로 옆에는 수달이 자주 모여 놀았다하여 ‘수달피비렁’이라고 이름 붙은 비렁도 운치를 더한다. 

데크(나무로 연결된 길)를 타고 비렁을 돌면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세운 송광사라는 전설 속의 절터에 다다른다.

절터를 벗어나 신선이 앉아 놀았다는 신선바위까지는 2km 남짓. ‘인어공주’,‘혈의 누’,‘하늘과 바다’,‘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등의 영화촬영지로 선택될 정도로 시원한 바다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오랫동안 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서 유래된 섬사람들의 장례풍습을 엿볼 수 있는 ‘초분’도 인상적이다.

▲ 휴게 시설이 조성된 수달피비렁. 수평선 아래로 펼쳐진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여행객들이 사진도 찍고 쉬어가는 곳이다.

2코스3.5km(2시간소요)두포-굴등전망대-촛대바위-직포

금오도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아서 첫개(初개),초포라고 불리는 두포마을 입구에 자리한 불무골이 발길을 잡는다. 경복궁을 만들 당시 금오도에서 나무를 가져갔는데 나무를 베

▲ 금오도 특산물인 방풍. 섬 전체가 청정 지역이다 보니 방풍이 섬 지천에 널려있다.

기 위해 필요한 연장을 만들던 풀무간(대장간)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은 풀무간에 쓰던 옹달샘만 남아있다.

두포에서 바다 전망이 일품인 굴등전망대까지는 1.7km정도. 굴등은 절벽 위 형성된 독특한 마을이다. 전망대가 자리할 정도로 낮에 보는 경치도 유명하지만 밤에는 나그네를 몽환에 빠뜨릴 정도로 달과 별빛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3코스3.5km(1시간소요)직포-갈바람통전망대-매봉전망대-학동

직포에 들어서자 풀밭과 동백숲으로 우거진 산길이 반긴다.

비탈을 한참 오르다 만난 동백나무와 울창한 숲은 하늘을 가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하리만치 낭만과 신비로움을 더한다. 직포는 마을 동부 옥녀봉의 선녀인 옥녀가 인근 모하, 두포마을에서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이곳에서 베를 짰다고 하여 베틀의 보대에서 이름을 ‘보대’라 부르다가 직포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 금오도 비렁길에 활짝핀 들꽃.

서동남쪽으로 마전등산이 높지는 않으나 마을을 감싸고 있고, 남쪽 끝에는 매봉이 우뚝 솟아 바다와 기암절벽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숲을 빠져나오자 깎아 놓은 듯한 기암괴석과 눈부신 해안길이 ‘비렁길’의 이름값이라도 하듯, 하나하나 곳곳이 절경이다. 갈바람통전망대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자 앉아 마주한 바다와 절벽의 풍경에 마음을 뺏기고 매봉전망대에서 서면 내 몸이 바다로 곤두박질 칠 것 같은 아찔함에 소름마저 돋는다.

4코스3.2km(1시간소요)학동-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전망대-심포

학동은 동쪽에 자리한 산의 모형이 학의 모양을 닮았다하여 ‘원학’이라 부르다가 해방 후 학동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학동에서 사다리통전망대로 향하는 길, 엄마의 품처럼 포근

한 바다를 벗 삼아 걷다보면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듯 매력적이다.

이어 도착한 사다리통전망대, 망망대해와 깎아내린 듯한 웅장한 기암절벽 앞에서 한 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길 곳곳에 이색적이고 아름답게 조성된 야생화에 눈이 즐겁고, 귀를 파고드는 파도소리에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연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덧 포구가 깊다하여 ‘깊은 개’에서 유래된 심포마을에 다다른다.

5코스3.3km(1시간소요)심포-막포전망대-숲구지전망대-장지

비렁길은 각 코스마다 휴식과 다음 여정을 잘 준비할 수 있게끔 화장실은 물론 정자와 벤치가 잘 갖추어져 있다. 잠시 휴식을 권하고 싶어 나타난 듯한 심포마을.

심포마을은 한 겨울에도 중급 감성돔을 낚을 수 있을 정도로 낚시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거친 호흡을 추슬러 가벼운 산책로를 따라 힘겹게 망산봉수대에 오르면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 풍경에 내려오기 싫을 정도로 빠져들고 만다.

▲ 금오도 함구미 마을의 전경. 대부분의 어촌마을이 그렇듯 고기잡이 배를 흔히 볼 수 있다.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내려오는 길 역시 안락한 포구가 인상적인 안도가 한 눈에 들어와 그림 같은 풍경은 그칠 줄 모른다. 이윽고 도착한 진작지.

마을 해안을 따라 길게 자갈이 깔려 있다하여‘진작지’라 불리는 장비마을에 도착하면서 금오도 비렁길은 끝이난다. 몸은 지쳐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내어 준 감동와 매력 탓에 영혼은 맑아진다.

비렁길은 이제 관광객들 사이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와 유명세를 얻고 있다. 다녀온 사람들마저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추천할 만큼 모든 이들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강한 생명력,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또 아름다운 사람들의 많은 인연과 행복을 만들어 주며 숱한 이야기를 연일 만들어가고 있는 마음의 길이기도 한 곳이다.   

여/행/안/내

■ 예상경비 1박2일 2인기준 14만원
■ 배삯(왕복) 5만원+식사4만원+숙박5만원
■ 코스
    1코스: 5km(2시간소요)함구미-미역터널-송광사절터-신선대-두포
    2코스: 3.5km(2시간소요)두포-굴등전망대-촛대바위-직포
    3코스: 3.5km(1시간소요)직포-갈바람통전망대-매봉전망대-학동
    4코스: 3.2km(1시간소요)학동-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전망대-심포
    5코스: 3.3km(1시간소요)심포-막포전망대-숲구지전망대-장지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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