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동료 집단 따돌림 및 회사 무책임 규탄” 진실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사측 “사실관계 확인 중…‘따돌림 관련 부서 이동 요구’ 묵살 팩트 체크 필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사내 갑질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들이 사건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반발하고 있다.

직장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은 40대 근로자 P씨는 지난달 말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P씨는 슬하에 8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가정의 가장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해당 기업체는 지난 2011년 설립된 한-일 농약원재 합작사 N사로 화학살균·살충제 및 농업용 약제 제조업으로 매출 400억 남짓의 중소기업이다. 남해화학이 2대주주다.

고인이 된 P씨는 생산팀 소속으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2012년 4월 남해화학에 입사해 2015년 12월 현 합작사로 전출돼 근무해왔다. 평소 신중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으며 업무에서도 성실함과 능력을 보였던 것으로 회사 측 관계자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동료 증언 및 카톡 대화내용을 토대로 사고 1년 전 생산팀 보드(조장)로 이름이 거론될 때부터 동료 직원들로부터 오해와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3년 9월경부터 공장 셧다운으로 인해 일근 근무로 변경되면서 따돌림이 가중됐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P씨가 다른 부서로 이동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부서 이동 요청 소문이 나돌며 가해자들로부터 더 노골적인 따돌림을 받았다는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 측은 회사 내에서 고인을 향한 모욕적인 언행과 행동을 일삼아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P씨는 2023년 10월 중순경 모병원에서 고혈압 및 급성스트레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유족 측은 P씨의 부서이동 요청에 대해 회사 인사 관련 담당자가 “외부로부터 전화오는 걸 싫어한다.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다고 못 어울린다고, 옮겨 달라는 걸 말이 안 된다. 복비(복합비료)라도 가겠냐”라고 말했다면서 팀원들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유족들은 의원면직이 안 된 고인의 유품을 허락도 없이 맘대로 정리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P씨의 사망 이후 사측은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건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족 측 대표 관계자는 “갑질 피해를 호소했으니 해당 기업체가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사건 직후 가해자들은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회사 측과 가해 직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무관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관련자 및 책임자 처벌을 통해 억울한 원혼을 달래주고 비슷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해야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근로자 사망사고 관련한 집단 따돌림의 주동자로 증거가 명백한 A씨를 15일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관련자 3명 전원에 대해서도 노동부 진정 등 형사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N사 J노조위원장은 “직원 간 업무상 트러블이 발생해 1차적으로 갈등 해결을 주문했고 이후 문제없다는 얘기를 다른 직원들로부터 들었다. 이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여러 가지 상황들이 얽혀 있어 노무사 조사결과에 따라 재발방지 및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회사 측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객관적 조사를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 일임했다. 실태조사를 위해 공장 현장 근로자 대상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교대 근무가 이뤄져 애로사항이 있다. 대상자들을 불러 면담을 마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단 특성상 공장 가동 중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캐비닛에 있는 고인의 유품을 박스에 챙겨 전달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면서 “고인이 따돌림을 벗어나기 위해 부서이동을 요구했고 인사담당자가 이를 묵살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변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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