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여수를 방문했다.

12시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여수에서 가장 비싸다는 최고의 일식집에 여수산단입주업체 대표들과 여수지역 언론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겸한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여기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인분에 수만원에 달하는 밥값도 밥값이지만 간담회가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간담회 장에 도착한 기자는 또 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준영 지사가 내놓은 자료라고는 ‘여수산단-묘도-광양간 진입도로 공사 기본계획 용역비 10억원 반영’이라는 보도자료가 고작이었다.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됐을 당시 보도가 된 내용이다.

“용역비 10억원이 어디 한약인가. 자꾸 재탕으로 우려먹게”라는 말까지 나왔다. 간담회 겸 식사가 시작됐지만 여수산단 입주업체 대표들은 별다른 건의사항이나 지역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저 오랬만에 내려온 도지사 앞에 눈도장이나 찍자는 정도였다.

하지만 기자들은 이와 대조적이었다.

 2008년 전국체전 주경기장 논란, 현재 전남도가 가지고 있는 여수산단 환경관리권의 여수시 재위임에 대한 도지사의 의지, 동부권에 대규모 관광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서부권에 J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해 역량을 분산시키는 이유, 여수권 접근성 향상을 위한 SOC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 정무부지사가 동부권 인사로 임명되지 않은데 따른 섭섭함 등 많은 ‘꺼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충 밥이나 먹고 끝내려는 분위기가 일자, 일부 기자들은 “밥 안먹어도 좋으니 시청 상황실에 가서 진지하게 간담회 한번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박준영 도지사는 취임 이후, 단 한번도 여수지역 기자들과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진지하게 대화를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박준영 도지사에 대한 오해일지 모르나 여수지역의 언론인들 상당수는 지금 박 지사가 차기 선거 만을 의식한 채, 패착(敗着)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임 고 박태영 도지사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혼혈을 다해 유치해 놓은 ‘2008년 전국체전’을 무안이 주경기장을 가져가겠다고 나오는 마당에 박준영 도지사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인기에만 영합하는 그야말로 ‘산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협소한 시각’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미 지역 체육계 인사들의 상당수는 박준영 도지사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낙선운동까지 벌일 태세다.

 좁은 전라남도 땅덩어리에서 동부권 서부권 나눠 대립하는데 도지사가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속좁은 말이 아니다.

2012는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도지사가 여기서도 “예” 저기서도 “예”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2008년 전국체전 주경기장을 달라고 하는 무안에 과감히 “아니오”를 해줘야 한다.

관광개발에 있어서도 이미 사업자까지 지정돼 추진되고 있는 여수 화양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야 한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업자도 나타나지 않은 서부권 J프로젝트에 역량을 분산시킨다면 서부권 표심을 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개발을 위한 순차적 수순은 아니라고 본다.

환경관리권의 여수시 재위임도 지난해 ‘여수시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도지사가 직접 약속한 만큼, 그 발언을 책임져야 한다.

여수지역의 언론인들은 지금 이러한 이야기를 박준영 도지사와 가식없이 나눠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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