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9월 11일은 1929년 10월 29일처럼 미국역사에서 새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개인의 자아표현은 끝나고 집단방위가 시작되었다. 역사의 시계는 정치적으로 한 시대에서 갑자기 다른 시대로 돌아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1983년 10월 9일의 미얀마테러와 1987년 11월 29일 KAL테러 등은 우리가 떠올렸던 큰 공포와 충격이었다. 감히 입밖에 내기도 두려웠던 전율이었다.

지난 9월 8일 통일부장관 경질을 계기로 햇볕정책이 숨을 고루고 있는 시점에서 터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빌딩과 워싱턴의 펜타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6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격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엄청난 참사에 ‘인간이 이럴수가 있나’하며 테러의 반 인륜적 반 문명적 행위야말로 철두철미하게 규탄하고 삼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건국이래 최악의 테러를 당한 날, 기뻐날뛰며 환호하는 이슬람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쩌면 저럴수 있을까 반인륜적 범죄에 가공할만한 인명살상에 환호한다는 것도 한심했지만 피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보복은 생각도 않고 그저 테러성공에 환호작약한다면 가해와 복수는 인류역사와 함께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서방세계 뿐아니라 카다피도 비난했고, 아라파트도 부상자를 위한 헌혈을 했고, 북한까지도 비난성명을 냈으며 아프가니스탄도 처음에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겠다고 까지 했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유일한 동맹국이다. 1950년 6·25 전쟁 때는 5만명의 희생자를 내며 우리와 생사를 함께한 동맹국이다. 나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도움을 준 우방이다. 뿐만 아니라 1902년부터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민족공동체의 중요한 거점인 미국에는 2백만명의 교포와 6만명의 유학생이 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인에게 전혀 생소하지 않은 이웃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4.5%인 2억7천만명이고 GDP는 9만9천6백31억달러 GNP는 3만5천7백77달러다. 전세계가 생산하는 재화의 30%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작년 한해 군비지출은 전세계 군비의 36%나 된다. 이 액수는 군비지출순위가 2-10위국을 다합친 것과 같은 규모이다.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가 40%이고 1975년 이래 노벨상 수상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경제 군사 과학기술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 추세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초강국 미국도약점(ACHILLES)건도 많다. 무릇 사건은 역사의 작용에 반드시 반작용이 따르고 원인은 결과로 나타나는 인과응보 즉 ‘수수(授受)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힘의 우위를 통한 국익추구’라는 부시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것이다. ‘사회의 평등’을 강조한 마르크스즘의 결과가 인류에게 어떤 비극을 남겼는지를 우리는 이미 겪었다.

미국의 문화적, 경제적 우위는 물론 자유시장경제 원칙의 무차별적 적용은 다른 수많은 이민족 계층과 범종교에 대해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굴지의 세계적 대기업들은 지나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세계기후협약 거부를 비롯 허약한 정부를 위협해 시장개방을 요구하거나 제재하는 등은 차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편향까지 이스라엘에 1천억 달러의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했으며 지금도 매년 3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증오와 분노의 먹구름을 끌어모아 동참시키려 하고 있다.

테러는 지탄받아 마땅하고 삼제되어야 한다. 미국인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분노가 가라앉은 뒤를 보면 언제나 무력보다는 자제가 더 아름답고 위대했다. 어쨌든 공은 미국의 손에 넘어가 있다.

‘준비된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한 자국정부의 무능과 나태를 비난하는 마음도 국민사이에 결코 적지않을 것이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1백10층 빌딩과 펜타곤이 무참하게 파괴 됨에 분노와 응징을 망설이겠는가.

이때다! 미국은 대국으로서 풍모를 보이고 현명하고 신중한 대응으로 세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세계곳곳에 팽배한 반미감정을 돌이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두개의 불의가 정의를 만들지 않는다’는 금언을 되새기기 바라면서 끝으로 미국은 이번 사태로 본토는 시간이 흐르면서 ‘피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테러의 비극앞에 눈물짓는 미국인들, 보복폭력에 쫓기며 울부짖는 이슬람인들의 두얼굴이 겹쳐지는 아픔을 느낀다.

우리 정부가 ‘반테러 공동선언’을 천명하고 동참은 ‘성급’한 것으로 여기면서 우려를 갖게된다.

우리가 기댈 궁극적 가치는 사랑과 평화이다. 이것은 연장선상의 ‘햇볕정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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