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3일 환련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증권사, 종금사, 기업 등에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이 1백37조원(8월말 현재 1백41조2천억원)이 투입됐는데도 회수율은 25.4%선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문제중의 문제다.

외환보유고를 1천3억달러까지 늘리고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정부가 1백59조원의 공적자금(공공자금 등 포함)을 투입해 부실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돈을 투입했는데도 아직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었던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3强은 전세계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구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개도국들의 성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잘 나가던 대만,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세계경제의 동시불황으로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가 안고 있는 빚이 이미 1백조원을 넘어섰고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발행한 지급보증채권(예금보험공사채권,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잠재적인 채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나라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정부가 조성한 공적자금 1백49조원중 1백37조원(8월말 현재 1백41조2천억원)이 이미 투입됐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금융기관에 지원된다고 한다.

공적자금(Public Fund)이란 부실금융기관을 회생시키기 위한 자본금을 보충해 주고(출자) 망한 금융기관을 대신해서 예금을 내주며(예금대지급)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 금융부실을 청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부실하거나 부실해질 우려가 큰 금융기관이다. 정부가 8월말까지 사용한 공적자금은 1백4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5백17조원)의 27%에 해당하는 자금이 부실청소비로 들어간 셈이다. 6월말 현재 공적자금 1백37조5천억원의 운영내역을 살펴보면 출자자 53조원, 출연 12조2천억원, 예금대지급금 20조원, 자산매입 등 14조1천억원, 부실채권 매입 38조2천억원 도합 1백37조5천억원이다.

공적자금투입의 투입목적은 국민경제 운영의 필수적 기관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회복하는데 있어 표면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하는데 사용됐으나 본질적으로는 지난 3共이래 고성장경제를 유지하는데 소모된 비용이기도 하다. 건전성을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금융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자체가 공적자금투입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는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재경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적자금관리 백서에 따르면, 부실책임을 물어 2백23개 금융회사 임직원 2천5백6명에 대해 7천1백7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부실책임자 1천1백98명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물었다고 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언필난진(言筆難盡)의 환상(幻想)이라 할 것이다. 공적자금 투자액 1백37조원 중 95조원은 정부보증채권(공적자금)의 만기가 2003~2006년에 물려있어 한해 23~24조원의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므로 다시 채권을 찍어 나눠 갚든지 해야 할 판이다.

공적자금상환연기는 다음 정권에 까지 국민부채를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환연기 문제는 엄격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제와서 모든 공적자금의 환전회수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며 상환연기를 합리화 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자세는 너무도 황당하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공적자금의 무절제투입과 회수압력은 오히려 매각협상을 꼬이게 하거나 협상상대에게 협상의 유리한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회수를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려했었다. 현대투신의 매각협상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는 점은 개선되야 한다.

최근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영화된 은행을 민영화하는 방안으로 은행들의 주식을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라 함)가 소유하고 있는데 금번 예보가 소위 오페라본드(operabond)라는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만기전에 국영화 은행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예보입장에서는 투입된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형태의 투자를 한 은행들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교환함으로써 자본이득까지도 챙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교환채권의 발행은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대안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조속한 민영화만이 공적자금의 효율적 회수수단은 아니다. 현재 예보가 이들 은행의 경영이 정상화 될 경우 주가상승으로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으나 결국 은행의 주가 상승을 통해 공적자금보다 많이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예보소유의 은행을 어떻게 민영화된 은행처럼 경영할 수 있는가 일 것이다. 은행경영에 깊숙이 개입했던 당국의 행태를 고려할 때 은행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구축한다는 것은 용이한 일은 아닐 것이다. 대안으로 최고경영자의 임기를 보장하고 스톡옵션을 제공하여 은행주가를 올리기 위해 정부의 간섭에 저항하고 효율적인 경영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에 국민정부가 조급해지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구조조정 시간을 갖고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며 그러기 위해 먼저 관련부처간 소모적인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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