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는 오는 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정상회의와 17~18일에는 외교·통상장관들이 참석하는 각료회의도 앞당겨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에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미국의 조지 W부시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 등이 모두 참석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중요 정상들과의 개별회담이다. 장쩌민 주석 및 푸틴대통령과 회담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나서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한반도 문제를 원활하게 풀어나갈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총리와는 역사왜곡과 꽁치문제 등 양국간 현안을 적극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는 지정학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밀접한 인국(隣國)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강토의 44배를 넘는 국토와 인구 12억9천5백만명의 지금 중국은 ‘세계화냐 지역화냐’의 선택에서 WTO가입을 계기로 ‘세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와는 1992년 8월 24일 국교수립 9주년을 맞아 채 10년도 되지 않은 기간임에도 양국관계는 급속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과 4자회담, 북한개혁 및 미사일문제, 남북대화 및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묵시적 또는 명시적 지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와의 관계를 이미 선린우호협력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한단계 격상시켜 놓았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 황화론(黃禍論, yellow pcril)은 1895년 독일 황제 밀헬름 2세가 한 말이다. 그는 황인종의 흥기는 서구 기독교 문명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역사는 이 이론을 데마고기(demagogy)의 대표적 경우로 기록하고 있다. 데마고기란 허위선동·선전을 말한다. 민족적 편견에 가득찬 이말은 세계사에서 지워졌으나 요즘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 ‘중국위협론’이 등장하고 있다. 위협의 주제가 황인종 전체가 아닌 중국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과거의 데마고기와는 다르다. 그러나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백인종은 황인종의 성장을 경계하면서 황인종의 등장을 위협시하는 위협론은 허위가 아닌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미국 유렵 경제는 제로성장으로 접근하고 있고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중국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로서 중국이 한 몫을 한다는 ‘오아시스론(oasis)’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대로 가면 중국경제는 2005~2020년 사이에 미국과 대등한 규모가 된다는 예측도 나온다. ‘오아시스’의 허실을 분석한 끝에 제기한 중국위헙론의 골자는 “중국경제가 아시아 국가들의 산업경쟁력을 빼앗고 결과적으로 경기회복과 성장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한국 등 아시아 4룡(龍)이 올들어 심각한 경제침체를 맞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경제성장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에 들어섰으며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시아 4룡의 경제침체와 관련 ‘체계적 위험에 몰려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대미수출의존도 IT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다른 나라보다 더욱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하겠다.
‘아시아 4룡’과는 반대로 중국은 1·2분기 각각 8.1%와 7.8%의 고성장을 유지했으며 수출품중 IT제품 비중이 20.8%로 낮고 내수비중이 큰 편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미수출 물양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3.7%에 불과함으로 구조적으로 미국의 경제침체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1992년 8월 24일 수교이후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교류에만 힘쓰고 북한에 대하여는 주로 정치관계를 중시하는 정경분리 정책이다. 한국은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에 기대고 안보문제는 미국과 주로 상의한다. 소위 통안분리(統安分離)에 대한 매우 심각한 정책 딜레마에 빠져있다. 만일 미·중간의 갈등(미정찰기충돌 등)이 실질적인 분쟁수준에 까지 가게되면 한국은 ‘중립’이라는 것은 불가능해 질 것이다. 또한 대만해협에서 미·중간의 분쟁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 의거 지원을 요청할경우 한국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결국 미·중 관계 그리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중국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딜레마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이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미 상당부분 하고 있는대로 경제통상 부문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류와 개입을 유지함과 동시에 미·일의 안보위 축을 중국 문제와는 유리(遊離)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어떤일이 있어도 미·일의 대 중국견제의 의도나 행동에 연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슈영역과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우리의 이익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상해주는 측에 대한 선택적 지지를 상정하기도 그리 쉽지는 않다.
끝으로 한국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지혜롭고 탁월한 외교력과 협상력의 기반위에 미국과 중국에 대하여 현망한(prudent)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잘못될 경우에는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과 신의를 잃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안는다는 것을 깊이 명심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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