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오후 3시, 봉산동의 한 다방에서는 남자 두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사람은 경도에서 소형어선으로 고기잡이를 하는 여사구(54)씨였고, 한사람은 여수선적 제7안강망 선장인 이판근(43)씨였다.
여사구씨는 3천만원을 줄테니 동중국해에서 조업하고 오는길에 밀입국자들을 태우고 올 것을 제의했다. 선장 이씨는 이를 승낙하고 다방문을 나섰다.
이 씨는 선원 7명에게 1백만원을 주기로 하고, 출항날자를 결정했다.
◎ 제7태창호 출항, 정상조업
9월 29일, 새벽 안강망 어선인 제7태창호는 서해안에서 고기를 잡기위해 여수항을 빠져가나고 있었다. 태창호는 이틀 뒤인 1일부터 5일까지 여느 배와 다름없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닷세동안 조기, 갈치 등 1천4백상자를 어획했다.
◎ 중국인들 ‘가자! 한국으로’
태창호가 조업을 시작한 1일, 중국 절강성 영포항에서는 ‘코리안 드림’에 부푼 한족과 조선족 60명이 20톤급 목선을 타고, 한국을 향한 밀입국 길에 올랐다.
이 중국어선은 태창호가 조업중인 제주도 남서방 110마일 해상을 향했다.
◎ 접선
배를 탄지 엿새째인 6일 새벽 1시, 중국인들은 사방으로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암흑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 바다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중국 어선이 서치라이트를 세 번 깜박거리자 어둠저편에서 서치라이트가 세 번 깜박거렸다. 얼마 후, 두배는 접선했다. 해구 462-9 지역. 중국인 60명은 서둘러 태창호로 옮겨탔다. 60명이 배를 옮겨타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태창호는 곧바로 여수로 선수를 돌렸다. 다음날인 7일, 태창호가 점점 육지와 가까워지자 밀입국자들은 다른 배들의 눈에 띨 염려가 있어 숨을 장소가 필요했다.
◎ 은닉
아침 10시, 밀입국자들은 배 뒤편, 어구창고와 물탱크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2.5평의 물탱크에 35명이, 1.5평의 어구창고에 25명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코리안 드림’은 이마저도 가능케했다.
중국인들이 몸을 숨기자 선원들은 뚜껑을 덮고, 그 위에 1톤에 달하는 안강망 캠퍼스를 덮었다.
◎ 중국인 사망
두시간 반 후인 12시 30분, 태창호 선원들은 물탱크와 어구창고에 숨어있는 중국인들에게 물을 주려고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어구창고 안에서 질식사망한 중국인들을 발견했다. 선원들은 시체들을 모두 끌어냈다. 시체를 한쪽으로 모은 선원들은 안강망 캠퍼스로 시체들을 위장했다.
◎ 알선책, 수장지시
오후 4시, 알선책 여사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냐. 별일 없느냐. 백야도부터 작은배가 따라 붙으니 그 배에다 태워라”
선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큰일났다. 25명이 죽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생존자만 옮겨 태우고, 시체는 외해에 나가서 버리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 생존자 5톤 어선으로 환승
다음날인 8일 새벽 3시 30분, 가만만 오도 해상에서 5톤 FRP소형어선이 따라 붙었다.
생존자 35명을 소형어선으로 환승시킨 제 7태창호는 곧바로 남쪽바다로 배를 몰았다.
◎ 시체 수장
아침 6시경, 태창호는 여수 소리도 남서쪽 10마일 해상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25구의 시체가 하나씩 물속으로 던져졌다. 시체를 바다에 던지는데만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 생존자 35명 검거
한편 소형어선을 타고, 밀입국하던 35명의 생존자들은 아침 6시 30분 그리던 한국땅 여수시 대경도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대경도 주민들의 신고로 한국땅을 밟자마자 전원, 검거되고 말았다.
◎ 제7태창호도 검거
여수해양경찰서는 검거한 중국인들을 추궁해 운반선박의 특징을 추궁하고, 경비정에 검거를 지시했다.
오전 11시, 시체를 버리고 여수항으로 입항하기 위해 가막만을 항해 중이던 제7태창호는 P-111형사기동정에 의해 검거됐다.
◎ 선장, 선원 구속
해경은 선장 이판근 씨에 대해 중과실치사, 사체유기,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 구속했다.
선원 7명도 사체유기 공범, 출입국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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