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매물도란 섬이 있다.
처음 그 섬에 갔을 땐 육지와도 그리 멀지 않은데다 여느 섬들의 풍광과 큰 차별도 없는 곳이라 그리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더구나 내 사는 곳이 늘상 섬을 대하고 사는 처지라 섬 하나의 풍경으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외려 당연할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그 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매물도는 매우 특별한 느낌인 듯했다. 서울 사는 누구는 애인과 헤어지고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이 곳 까지 찾아왔다 하고 대구 사는 누구는 번잡함을 벗어나 평화로움을 찾아왔다 한다.

여수사람의 입장에선 그냥 흔하디흔한 섬인데 이들에겐 왜 이토록 이 섬이 그리 특별한 느낌일까 잠시 의아한 기억이 있다.

 그 의아함은 그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면서 이내 이해가 되었다.

섬에 사는 나에게도 낯선, 가파른 언덕에 조밀하게 자리 잡은 집들과 매일 밤이면 온 동네 전기가 끊어져 칠흑 같은 어둠의 불편함을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는 사람들과 촛불하나 켜놓고 나누던 술잔 속에서 처음의 뜨악했던 느낌은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풍경으로 변해있었다.

매물도란 섬을 굳이 들먹이며 글을 시작한 것은 여수시가 외부인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 도시일까 반문하고 싶어서다.

또 이곳에 사는 우리는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선 해양관광도시를 꿈꾸는 곳이 많다.

그곳마다 그들이 자랑하는 경치와 유산이 있을 터이지만 특별한 느낌과 그곳에서만 나는 향취를 가진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여수시도 아름다운 바다와 섬이 있고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맛난 음식이 있어 관광도시로서의 자원은 충분하다.

하지만, 여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은 부족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수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향취가 부족하단 말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 이 또한 잘못된 판단일 수 있겠지만 여행에서 낯섦과 특별함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느낌은 단정할 순 없지만 사람들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 같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공동으로 지켜가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있을 때 조금은 낯선,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가 보다.

하다못해 ‘여수사람들은 절대 자동차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거나 ‘쓰레기를 거리에 버리지 않는다’ 등의 여수에선 꼭 지켜야할 약속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바다를 매개로 하는 특별한 체험을 만든다거나 섬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도 있을 것이다.

박람회 시기에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 되느니 만큼 그 전에 우리만이 갖는, 우리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우리 사는 곳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또 다시 가보고 싶은, 아니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은 아닐까?

마스터  webmaster@yeosunews.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