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 고령화 시대의 새 풍속도라고 하여 회갑연을 하지 않고 고희연(古稀宴)을 갖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60대 젊은이”란 말이 있듯이 회갑연을 쑥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206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여자 82.4세, 남자 75.7세, 남녀평균 기대수명은 78.5세다. 생명의 세계를 보면 하루살이가 있는가 하면 모하비 사막의 떡갈나무 덤불처럼 1만년을 사는 식물도 있다. 사람은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고 한다.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 동물일까. 현대과학의 관찰결과 모든 생물은 성숙하는데 필요한 기간의 다섯 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성장하는데 20~25년 걸린다면 사람의 천명은 평균 1백15세 또는 1백20세인 셈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현대의학과 똑같은 결론을 말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이 바로 그 사람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에 수명사만삼천이백여일(壽命四萬三千二百餘日)이라 하여 1백20세라고 적고 있다.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몰라도 정말 놀라운 일이다.

최근 시카고대 오스태드 교수는 노화의주범인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게 됨으로써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내경편에 심자일신지주(心者一身之主)라 하여 마음이 우리 몸의 주인 즉, 마음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해진다고 건강의 비결을 적고 있다. 허준선생이 밝힌 건강의 비결은 일상생활에서 “몸에 해로운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을 해치는 다섯 가지 조건, 즉 양생오난(養生五難)을 들었다.

예컨대, 권세와 재물을 탐하여 언제나 조바심하는 생활이 첫째 장애물이요,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둘째요, 아름다움과 예쁜 목소리의 유혹을 멀리하지 못함이 셋째요,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식사를 못하는 것이 넷째요, 신경을 너무 쓰고 정력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다섯째 장애물이라 하여 모두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퇴계 이황 선생도 “할인심방” 의학서적에서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했다. 즉 “마음을 고요히 하면 성품이 안정되고 감정이 순화되어 병이 발생하지 않는다” 했다.

건강은 예방이 최선이다. 위나라 문왕이 당대 중국의 명의 편작(扁鵲)을 불러 “자네 집안의 세형제가 모두 의술에 능하다고 하던데, 자네가 보기에 누가 가장 고명한가?”하고 물었다. 이에 편작은 “우리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이 둘째 형님이고, 소인이 가장 부족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왕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그러자 편작은 이렇게 답했다. “큰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 치료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무슨 병을 미리 치료해 화근을 막았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이에 비해 작은 형님은 병이 발생하는 초기에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의술을 그저 작은 병을 치료할만한 정도로만 여깁니다.

이에 비해 소인은 병세가 위중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병을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소인이 환자에게 침을 놓고 피를 뽑아내며 큰 수술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래서 소인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겸양하고 진솔한 명의다운 이야기인가. 2,5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는 건강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다고 했다. 위와 같이 건강은 마음가짐과 예방에 있다 하겠다. 요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37°C가 넘는 곳도 있다 한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 다스림과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세상에 건강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현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작은 병이 큰 병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선제적 대응을 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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