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여수가 중앙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비리 도시’라는 나쁜 제목의 기사가 연일 터지고 있다.

이번 비리는 여수의 최고위층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시장은 물론 시의원, 지방 공무원으로써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시청 국장까지 연루됐다.

재임 시절 오현섭 전 시장은 뇌물 의혹을 받으면서도 수많은 사업들을 추진했다.
많은 의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진했던 사업들은 여수시의회의 동의 속에 추진되고 말았다.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제동을 걸어야 마땅한 사업이 상당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순순히 사업추진을 허락했으며 관련 예산을 승인했다.

이번 뇌물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시민들은 “그러면 그렇지. 오현섭이 시의원들에게 돈을 뿌리니까 그런 사업들이 통과됐지”라며 욕을 하고 있다.

10명의 시의원들이 돈을 받은 시점이 작년이긴 하지만 시민들은 그 전에 일까지 싸잡아 같이 취급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시의원들이야 잡혀가 개인적인 처벌만 받으면 그만이지만 그동안 샛길로 빠져버린 각종 세계박람회 관련 사업이다.

세계박람회가 2년도 남지 않았는데 뭐하나 바뀐게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도 개설 사업을 제외하고, 시내 주요도로는 1980년대나 지금이나 거의 바뀐게 없다. 산 밑 주거단지에 소방도로가 개설됐긴 했지만 이런 도로는 세계박람회 때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도로가 아니다.

지금에 와서 주요도로를 확장하려고 보니, 오 전 시장이 돈을 다 써버려서 돈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시간도 없다고 한다.

이순신광장이니, 야간경관 사업이니, 웅천해수욕장, 웅천생태터널, 여문지구 문화의 거리 등에 수백억원씩 쏟아 부었으니 돈이 없을 만도 한다.

이번 사건은 시의원 개인의 뇌물 비리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벌로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도시 전체의 미래를 망쳐버린 책임까지 합쳐서 사법적, 도덕적, 사회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부끄러워서 여수에서 살지 못할 정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런데도 뇌물을 받은 자들은 뻔뻔스럽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든 형을 적게 받으면 의원직을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의원직을 유지하며 지역의 지도자랍시고 계속 폼을 잡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이런 자들은 용서해서는 안된다.

선거 이전에 ‘뇌물수수설’이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양 행세하며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거짓말을 하며 뻔뻔스럽게 출마했던 자들이다.

과연 그들에게 시민이 있었고, 봉사가 어디 있었나. 있었다면 뇌물로 받은 돈이 있었을게다. 이미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자들은 지금이라도 중앙동로터리에서 무릎을 꿇고 시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또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고, 여수를 떠나야 한다. 여수의 명예를 떡칠해 놓고도 끝까지 의원직에 연연한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치욕과 오명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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