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성공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내권 교통망 확충사업 예산이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결정되지 않으면서 지역내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박람회 개최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돼도 모자랄 판에 ‘이러다 박람회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런 불만의 목소리 뒤에는 박람회 성공을 위한 정부의 의지 부족과 지역정치권의 정치력 및 지역사회의 전술 부족이 낳은 총제적인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말 국회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여야가 합의한 박람회 관련 시내권 도로망 사업(석창교차로 개선사업, 터미널~박람회장간 도로 확포장)이 예산에 미반영되자 지역내 90개 시민사회봉사단체가 대책회의를 마련해 상경투쟁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힘이 하나로 모이는 듯 했다. 

실제로 지역내 분위기가 험악해 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정종환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박준영 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석창교차로 개선사업의 경우 국비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나서는가 하면 강동석 박람회 조직위원장도 “기재부도 박람회 시내권 도로망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발언들이었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어쩐 일인지 상경투쟁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민들의 반응이 누그러지자 정부는 우리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예산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국회 예산안 심사 직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여수를 찾은 김황식 국무총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잇따라 “박람회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국회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사라졌다.

정부가 이 처럼 박람회 성공에 대해 ‘립 서비스’로 일관하는 동안 시내권 도로망 사업은 발주조차 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시내권 교통망 사업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석창교차로 개선사업은 돈 한 푼 없어 발주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석창교차로 개선사업의 경우 절대공기로 12개월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입찰 등 행정절차에 필요한 시간이 1개월 그리고 입찰을 통과한 업체가 자제나 공사인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1개월이 더 소요돼 정작 완공까지는 14개월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박람회 직전에야 완공이 가능하다는 시간적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 예산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렇다면 석창교차로 개선사업 없이도 박람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강동석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내권 교통망 확충 예산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교통시뮬레이션 결과를 같이 살펴봤다. 기재부 관계자들도 교통시뮬레이션 결과를 본 후 정부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창교차로의 경우 여수를 찾는 대부분의 차량이 거쳐 가야 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더구나 인근에 차량 2만3000대를 수용하는 박람회 메인 환승주차장이 있다.

석창교차로 개선사업이 만약 정부의 예산 늦장 지원으로 발주조차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메인 환승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량들과 기존 17호 국도를 이용한 차량 그리고 산단으로 들어가는 출퇴근 차량이 겹칠 경우 여수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당연히 박람회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이제야 겨우 지역정치권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 면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무차별적으로 살처분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예산안 강행처리로 날 선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인 지역 의원을 대통령이 만나줄지 의문이다.

결국 지역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는 방법 말고는 이 난관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 등 지역민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지금 여수가 참담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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