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면 사곡해변의 일몰.

여수와 순천을 잇는 서부로에는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멋진 집들도 좋지만 여자만이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지나는 사람을 더 유혹하여 발길을 잡는다.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일대의 해변 풍경으로 최근 시작된 도로명 주소도 여수시 해넘이길이다.

현대인들은 삶이 윤택해 질수록 활기찬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휴식에 큰 비중을 두게 되는데 도시 근교 지척거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쉼터를 곳곳에 두고 있는 여수지역은 크게 자랑할 만한 복지임에 틀림없다.

옛 선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던지 마을 앞 포구의 이름도 복포(福浦)이다. 주변의 복촌마을과 마을 앞 바다만을 일컫는 복호(福湖)의 이름도 그렇다. 

마을 앞 바다 중간에 여자도를 두고서, 멀리 고흥의 동강 남양에서 점암 영남까지의 산자락들이 그림처럼 이어지면서 물들이는 낙조의 아름다움은, 매일매일 화가가 바뀐 듯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복촌마을은 법정리의 이름이 사곡이다. 사기를 굽는 곳이란 뜻의 사구실이란 마을 이름을 조선시대에는 사기마을(沙器閭)이라 하다가 여수군 신설시 사곡으로 고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사곡리 일대는 마을 이름처럼 여러 곳의 그릇을 굽던 가마터가 전해져 오는데 특히 사곡 마을 가마등과 ‘불정지꼬랑’ 이라는 땅이름이 전하는 곳에 양질의 분청사기 파편들이 남아있어 옛 가마터임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바다 건너 고흥의 운대리가 유명한 분청사기 가마가 많아서였던지 형식은 고흥자기를 닮은 것이 특징이다.

사곡리의 도자기는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청자에서 조선시대 백자까지 이어진다.
중앙 조정까지 공급하는 관요는 아니어서 강진이나 부안처럼 번성하진 않았지만 주변 지역민에게는 꼭 필요한 그릇을 제공해주는 곳으로 오랫동안 그 명맥이 이어지던 흔적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호수같이 아름다운 여자만의 뱃길이 고흥이나 여수에서도 도자기를 만들고 사람이 살게 하여 옛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소라면 사곡리 전경

복촌의 아름다운 풍경은 오랜 전통의 마을 경로당에도 그 이야기가 전해온다.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도 모를 당산제가 정월보름과 칠월칠석에 열리다가 지금은 대보름날 지내고 있다. 당제와 함께하던 당굿은 이 마을의 자랑거리였으나 최근 상쇠의 작고로 대를 잇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에 빠져 있다.

경로당 중안에는 작은 현판이 하나 걸려있는데 복호제팔경(福湖齊八景)이다.

구한말 까지도 주변지역에서 유명한 서당이었고 얼마 전까지도 이 서당에서 글을 배웠던 주민들이 집을 지켰다.

한 때는 관해루(觀海樓)라는 누각도 마을에 서 있어 복호(福湖)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했다.

이 일대가 아름다운 청사진을 펼치며 세계적인 문화마을로 준비되고 있는 것도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꿈을 꾸면서 이루어진 일이다.     
 
한자로 기록된 내용을 보면 병산초적(屛山樵笛), 여호귀범(汝湖歸帆), 기산낙조(碁山落照), 영해숙무(瀛海宿霧), 촉석제월(矗石齊月), 진목청풍(眞木淸風), 서현반월(西縣半月), 북린삼산(北隣三山)으로 되어 있어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8곳의 아름다움 풍경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병산초적은 마을 뒷산인 병풍산의 나무꾼의 피리소리가 들리는 풍경이다.

여호귀범은 여자만에서 돌아오는 돛단배가 보이는 풍경이다.

기산낙조는 마을 앞 바돌개 앞산에서 보는 낙조이다.

영해숙무는 마을 앞 바다의 잠든 듯이 보이는 새벽안개이다.

촉석제월은 마을 서북쪽에 있는 촉석루에서 바라다 본 달이다.

진목청풍은 복짓개 섬 앞 진목마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며 서현반월은 서쪽으로 이어지는(서쪽 하늘에 걸린 반달) 반월마을의 풍경이다.

북린삼산은 북쪽으로 이웃한 삼산마을 쪽의 산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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