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5일장이 열리고, 가축 시장이 열렸던 거리다. 순천, 구례, 벌교, 진주, 하동, 광양 등에서 모여들어 북적대던 이곳은 산업화 이후 급속히 침체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몇몇 곱창 음식 식당 만이 그 시절 영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시골장터의 정취가 물씬 풍기던 60~70년대 여수지역에서 노랫말처럼 부르던 유행어이다.

지금의 덕양을 부르던 시동(세동) 장날 볼거리가 많으니 구경을 가보자던 말이다.

1930년 12월 25일 일제는 일본 시모노세키 항과 여수를 연결하는 항로를 열고 전남 동부지역의 물산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수역까지 철도를 개통하기에 이른다.

조선의 강제점령 뒤 한반도 통치와 대륙 진출을 위하여 남해안 주요 항구로부터 북으로 연결되는 철도를 부설하였는데 1905년 부산-서울 구간인 경부선을 시작으로, 1914년 목포-서울 구간인 호남선 개통 후 1930년 여수-광주 구간인 경전서부선 과 1936년 순천-이리 구간인 전라선은 일본으로 수탈된 물산의 운송이 더 많았다.

덕양에 기차역이 들어서게 된 것은 1930년 개통된 경전서부선이 덕양에 부설되면서부터이다.

여수-순천-광주를 잇는 160㎞의 경전서부선은 남조선철도(주)에 의하여 부설되었고 이어서 전라선이 개통되자 덕양의 생활 교류권이 하루아침에 소라면·화양면·율촌면에서 벗어나 전라선을 따라 순천-구례-남원-전주-서울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경전서부선을 따라 순천-벌교-보성-화순-광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오지 벽촌이었던 덕양에 기차역이 들어서자 율촌, 소라, 삼일, 화양 지역의 교통과 유통 중심지로 변모하게 되었고 시장의 개설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덕양은 조선시대 순천부와 좌수영을 연결하는 역원이 있었지만 소수의 역졸들만 이용하여 지역민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열차가 개통되고 신식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시장은 조선시대에 석보장이나 나지포장 같은 해로를 통해서 물때에 맞춰 들어와 보름 만에 열렸던 시장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일장이 활성화되자 덕양은 여수지역 육지부의 중심지로 변화하면서 번성하게 되었다. 기차역과 가까운 넓은 공터에 잡화를 취급하는 시장과 함께 소와 돼지, 염소, 개 등을 사고파는 여수지역 최대의 가축시장으로 성장하였던 것이다.

이른 새벽밥을 먹고 수십 리길을 걸어 도착한 시장에서는 점심시간 쯤이면 얼추 거래가 끝이 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는 막걸리에다 도살장에서 나온 값싼 곱창안주가 제격이었다.

3일과 8일 장날만 되면 사람 많은 장터 분위기에 들뜨고 거나하게 마신 술에 취해 왁자지껄 난장이 되었다.

장터에 빠지지 않던 투전판 주변에 기웃거리다 걸려든 순진한 시골양반 한 두 사람은 모처럼 가축을 팔아 만든 큰돈까지 날리고 시장판을 허둥대던 모습도 그 시절 시장의 한 모습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산업의 변화와 함께 농촌의 기계화와 기업형 축산업의 등장으로 시장에서의 가축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도축업자는 차량을 이용 가축사육자와 직거래를 하였다. 급기야 시장의 몰락이 가속화 되고 장터의 기능은 아예 사라졌다.

시장으로 모여들던 사람은 사라졌지만 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덕양마을 사람들은 남을 수밖에 없었고 뭔가를 해야 했었다.

다행스럽게 그 시절 시장을 떠난 농부대신 여수산업단지의 근로자들이 하나둘씩 장터를 찾아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아졌다.

장터의 싸구려 곱창국밥으로 유명하던 식당들은 국밥대신 곱창전골이나 구이와 같은 술안주가 되는 새로운 메뉴를 더 찾게 되었다.

고급화 대중화 된 곱창은 경쟁과 함께 맛도 좋아졌다. 덕양곱창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장터부근 대부분의 식당은 곱창집으로 변하여 지금과 같은 덕양의 먹거리 골목이 되었다. 

마을을 굽어보는 맷돌산(磨石山) 위에 맷돌바위가 있어 이 지역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먹거리 걱정이 없이 살아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사라지고서 지역경제가 힘을 잃자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곱창축제를 열어 활로를 모색해 보았지만 성공적인 분위기를 이어보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가 되고 있다.

맛으로 치자면 전국최고의 자리가 부럽지 않을 만큼 뛰어난 음식 맛을 가지고서 이를 살리지 못함이 아쉬운데 내년 세계박람회를 기회로 전국최고의 곱창마을로 변할 수는 없는 걸까?

여수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덕양의 곱창은 꼭 한번 먹어보고 갈수 있도록 준비해 보는 지혜가 필요할 시기다.

공터로 변한 장터주변은 깨끗하게 정비를 하고 볼거리를 만들 필요도 있겠다.

곱창거리 홍보계획도 세우고 맛의 통일과 서비스의 향상,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마련, 교통편 제공 등 세워야 할 계획도 많고 식당주와 지역민, 공무원이 나눠서 준비할 일도 많겠다.

시를 비롯한 관의 지원에 주민의 관심과 바탕으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고는 못 베길 덕양장터의 곱창골목 !

구름 같은 사람이 모여서 30분, 한 시간 쯤은 줄 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유명 맛집. 여수의 또 하나의 풍경으로 기록 될 덕양의 멋진 풍속도를 그려보면서 내년 이맘때는 그 꿈이 현실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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