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ㆍ경남ㆍ인근 도시들 “한려대교 추진하는데 쌩뚱맞다” 반대

곳곳 암초…김 시장, 중앙부처 내 집 드나들 듯하며 사업 추진

건교부 “관광 명분 빼고, 국가산단 지원도로로 해라” 조언 결정적

광양만권의 교통지도를 바꾼 이 거대한 구조물은 여수시 월내동에서 광양만 한 가운데 있는 섬 묘도를 연결하고, 여기서 또 바다를 가로 질러 광양시까지 9.58㎞를 왕복 4차선으로 연결했다.

이 중, 묘도~광양시 간에 놓인 이순신대교는 길이가 무려 2.26㎞에 달하며,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주 경간장)가 1545m, 주탑의 높이가 해발 270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장(最長)·최고(最高)의 현수교다. 이 다리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비화가 있었을까.

◇ 김충석 제안에 모두 고개 돌려

2002년 6월. 여수는 온통 선거 정국이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충석 후보는 “여수~묘도~광양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남ㆍ경남의 지자체들은 여수~남해를 연결하는 ‘한려대교’ 건설을 숙원사업으로 제시해 왔기 때문에 김 후보의 이같은 주장은 쌩뚱맞은 소리처럼 들렸다.

사람들은 “표 얻을려고, 되지도 않는 공약을 걸었다”며 힐난했다.

인근 순천시와 광양시에의 민주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3개시 민주당 후보들이 공동 공약을 채택해 기자회견을 가질 당시, 조충훈 후보(순천), 이성웅 후보(광양) 측은 “안된다”, “검토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며 공동 공약 채택에 부정적이었고, 결국 공동공약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김충석 시장은 전남도와 중앙정부를 찾아, 이 다리를 놓자고 건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여수~남해 간 다리가 더 급하지, 정부의 계획도 없고, 예산도 없는 이 사업을 왜 추진하냐”는 질책이었다.

그해 11월에 열린 ‘광양만권 공동발전을 위한 행정협의회’에서도 순천시와 광양시는 “공동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시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등을 끊임없이 방문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희망적인 답변은 없었다. 이 시기 김 시장은 민자유치를 통한 다리 건설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 정부 "이런 사업을 아직 안했다니"

그러던 중 다음해인 2003년 1월에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난 김 시장은 “여수산단의 물류를 광양 컨테이너 부두까지 옮기는데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이 다리를 놓으면 10분이면 가능하다”고 건의했고, 장 장관은 “왜 그동안 이 다리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을 모르고 지났쳤을까”라며 의아해 했다고 한다.

또 수차례 찾아갔던 건설교통부 국장까지 “시장이 이렇게까지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감명 받았다. 민자로 추진하면 통행료를 내야하니, 차들이 이 다리를 피할 것이고, 그러면 그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 내가 방법을 가르켜 주겠다”라며 우호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 국장은 먼저 여수산단~묘도~광양간 연륙ㆍ연도교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이 명칭을 쓰게 되면 설령 국가계획으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비가 50%밖에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25%는 전남도가, 나머지 25%는 여수시와 광양시가 부담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관광객 편의 같은 명분은 아예 꺼내지도 말고, 국가산업단지를 지원하는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라는 명칭 만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그렇게 하면 예비타당성 조사만 통과하면 100% 국비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방법을 알려졌다.

그해 건설교통부에서 기획예산처로 보낸 ‘20대 국정 과제’에 이 사업이 포함됐다. 기획예산처는 곧바로 예비타당성 분석 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주했다. 

◇ 해수부 등 해저터널 요구 '난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도선사협회에서 “묘도~광양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 대형 선박의 통행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재고해 달라”는 건의를 해 온 것이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서도 “해저 터널로 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시장은 “해저터널로 하면 경제성이 안 나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KDI에서 의견을 물어오면 ‘선박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간단하게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수 해수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각 높이를 85m 이상으로 할 것, 선박 교행을 위해 교각과 교각 사이를 1500m 이상으로 할 것’ 등의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노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 경제성 OK…도, 사업권 군침

마침내 KDI가 경제성 분석지표인 B/C가 1.4점(1점 이상이면 경제성 있음)이라는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여수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4년 정부예산에 여수산단진입도로 기본계획 용역비 10억원이 편성됐고, 국회를 통과했다.

건설교통부도 ‘이제까지 여수시가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으니, 사업 시행자로 여수시를 지정하라’는 공문을 전남도에 내려 보냈다.

하지만 전남도는 이 공문을 하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건교부는 “빨리 여수로 내려보내라”고 독촉했지만 전남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시장은 도 건설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중앙부처와 손발을 맞춰 일을 진행해 왔다. 도에서 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했다”며 화를 냈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시급했던 터라, 상급 기관의 횡포라고 생각됐지만 단서 조건을 붙여 시행권을 전남도에 넘기게 된다.

◇ 도, 사업권 가져가고 단서조건' 팽'

단서조건은 ▲비 법정도로이기 때문에 이대로 완공되면 유지관리비를 여수시와 광양시가 부담해야 함으로 법정도로로 만들 것 ▲여수시가 시행하면 지역업체가 49%까지 참가할 수 있으나 전남도 시행시 이러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지역업체 참가를 보장할 것 ▲2011년 이내에 완공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조건은 지키지 않은채, 전남도는 사업 시행권 만 가져가고 만다.

다리가 임시 개통된 지금까지도 이 도로는 비 법정도로로 남아있고, 이제와서야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김충석 시장이 지난해 9월 5일 저녁, 국가산단진입도로(이순신대교) 공사 현장을 방문, 3공구 275m 주탑 상부에서 공사추진 현황을 청취하고 공사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 10년 전 공약 결실 맺다

2005년 기본계획 용역이 완료되고, 2006년 턴키방식(낙찰받은 회사가 설계와 시공을 하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2007년 11월 착공식을 가진 후, 4년 6개월 만인 2012년 5월 임시개통에 이른 것이다.

2002년 김충석 당시 여수시장 후보가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이 딱 1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2006년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던 그는, 2010년 다시 민선 5기 여수시장에 당선돼 이 도로의 개통을 지켜봤다.

김 시장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사업을 현실로 만들자, 공사도 시작하기 전에 전남도는 ‘시행권을 가져가겠다’, 광양시는 ‘광양대교로 해 달라’고 했었다”며 “음양으로 이 다리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실근기자  webmaster@yeosunews.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