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여수경찰서 경찰관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대, 공권력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5일 전남지방경찰청의 인사에 따라 김태연 경무과장을 비롯해 파출소장까지 24명의 간부들이 보성서 등 전남 각지의 경찰서로 전출됐다. 또 순천서 경비교통과장을 지낸 김현식 경정 등 각 경찰서 경감급 이상 30명이 여수경찰서로 전입했다.

경찰관 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전남경찰청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연초에 간부급 직원에 대한 대규모 전보인사를 실시한데 이어 경위급 이하도 사상 최대 규모의 '태풍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여수경찰서의 경정·경감이하의 경찰관 73명이 타 지역 경찰서 등으로 전보조치 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수경찰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다. 이들 경찰관들은 동료경찰관의 비리로 애꿎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밖에 각 경찰서에서도 특정 부서 장기 근무자 등 1275명에 대한 순환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후속 인사가 이뤄지면 전남경찰청 인원의 40%가 전보 조치를 당한 셈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지역 유착과 고비난성 행위자 등 소위 문제성 직원들을 대거 전보 조치해 내부 자정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또한 성폭력, 학교폭력 등 4대악 척결에 따른 현장인력 강화를 위해 경찰관 기동대 인력을 감축하고 생활안전, 수사 분야를 제외한 지방청의 모든 업무 지원자를 현장으로 배치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자정을 기하려는 인사방침은 환영한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지역정서나 수사방향을 꿰고 있는 경찰관을 타지로 보내는 것은 오히려 장기간 수사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족을 떠나 낯선 외지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찰관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인사를 해야만 비리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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