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어구를 벗어나 기계화된 어업이 시작되었던 일제시절 손죽도의 풍요는 중선배에서 시작되었다. 중선배란 이름은 우리나라의 전통어구인 중선망을 이용하여 이름 붙여진 고기잡이 방법으로 어장에 도착하여 닻을 내린 뒤에 배의 좌우측 현에 2통의 그물을 펼쳐 조류를 따라 움직이는 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조기나 새우를 많이 잡던 방법이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소문이 날 만큼 손죽도 일대의 바다는 어족자원의 보고였다"

화전놀이가 일주일씩 이어지고 수백년 간 충신을 추모하며 제를 올릴 수 있었던 손죽도 주만들의 저력에는, 오랜 세월 이 섬주변의 환경으로부터 얻어 온 풍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손죽도 주변의 바다를 말할 때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실제 물고기가 절반이야 되었겠는가 만은, 이렇게 소문이 날 만큼 손죽도 일대의 바다는 어족자원의 보고였다. 지금은 100여 호도 되지 않는 작은 어촌에 불과하지만, 재래식 어구를 벗어나 기계화된 어업이 시작되었던 일제시절 손죽도의 풍요는 중선배에서 시작되었다.

중선배란 이름은 우리나라의 전통어구인 중선망을 이용하여 이름 붙여진 고기잡이 방법으로 어장에 도착하여 닻을 내린 뒤에 배의 좌우측 현에 2통의 그물을 펼쳐 조류를 따라 움직이는 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조기나 새우를 많이 잡던 방법이다. 이 방법이 개량화된 것이 안강망이란 어구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아귀를 뜻하는 한자인 안(鮟)자와 강(鱇)자를 사용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물속에 아귀의 입을 벌린 것처럼 고정된 닻에 큰 입을 벌린 그물로 고기를 유인하여 잡는 방법 때문에 안강망이라 이름 붙여진 일본식 이름이다.

손죽도의 중선배가 가장 많았던 때는 일제 강점기 후반 해방 직전 즈음으로 알려진다.

1920년대부터 도입된 신식 어구가 1940년대에는 절정을 이루어서 섬주민의 증언에는 70여척에 달했다고 전하며 손죽도의 삶의 모습이 잘 담아진 손죽도지에도 55척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는 선원들의 대우도 좋아서 손죽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300여 가구에 500여세대가 살았으며 주택 1가구에 2~3세대가 사는 집이 많을 정도였다.

훗날 여수가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요한 어장과 항구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이 시절 손죽도를 비롯한 주변 어장의 활황과 선도자들의 경험과 자본이 축적되어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생활이 잘 묻어난 문화로 손죽도의 중선배 오색기 달기와 길굿놀이가 전해온다. 어업 활동이 주업이었던 손죽도 주민들에게 중선배는 삶 그 자체였기에 섣달 그믐날이면 가장 큰 재산인 중선배에다 무사안녕과 풍어를 바라는 제의를 시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방과 함께 행사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주민들의 기억에만 남아있다.

주민들의 힘으로 섬의 역사를 낱낱이 기록한 손죽도지에 방법이 전해진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이른 새벽 경쟁적으로 서둘러 선주 집과 중선배에 풍어를 비는 오색기를 설치한다.

배 이름을 새긴 기(旗)와 오색 천으로 만들어 늘어뜨린 오색기를 대나무의 위와 아래에 묶어 배에는 앞 돛대에 달고, 집에는 상기둥에 깃대를 묶고 지붕 처마에 기대어 올렸다.

선원들이 낮에 선주 집에 모여 봉기(奉旗)를 두 개 만들어 하나는 선주집의 담벼락을 이용하여 세우고, 다른 하나는 선창의 중선배로 고사를 지내려 갈때 가져가서 선두에 꽂았다. 섣달 그믐날 오후가 되면 배를 깨끗이 청소하고 선주 집에서 별도의 오색기와 이미 만들어 놓은 봉기를 앞에서 들고 굿을 치면서 선창의 배로 내려간다.

초도에서 바라본 손죽도와 소거문도.

배에다 제물을 차려놓고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고 안녕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고사가 끝나면 선주 집을 향하여 되돌아오는 길에 굿을 친다. 이를 길굿놀이라 하였다. 길굿놀이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한다.

우리 배 사공은 신수가 좋아
연평 바다에 도장원(都壯元) 했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이 야

도장원 했네 도장원 했어
연평 바다에 도장원 했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 야

주인네 마누라 술동이 이고
발판머리에 궁둥 춤춘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이 야

갈쿠섬 삔닥(비탈)에 들어온 조기
우리배 그물로 다 들어온다.
에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이 야

주인님 마누라 인심이 좋아
막내딸 키워서하장놈 주었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에 헤이 야

흥양 바닥서 출물만 하더니
칠산 연평서 도장원 했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이 야

연평 바다에 널린 조기
우리 배 중간에 다 잡아드린다.
에 헤이 헤야아 헤야 헤 에 헤이 야

고기잡이 잘 한 일을 도장원 했다하여 장원급제에 비견한 노랫말도 재미있고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가삿말이 싸이의 노랫말처럼 재미있다.

길굿놀이는 흥겨운 춤과 노래로 온 마을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집밖에 나와 구경을 하면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도 한다. 이렇게 설치한 오색기와 봉기는 마을 매귀(埋鬼)굿이 끝나는 날 내렸다. 중선배 오색기 달기와 길굿놀이는 풍어를 비는 선주 중심의 뱃고사요, 마을 중심의 놀이이다.

섣달그믐에 이렇게 함으로써 다음 해에 고기가 많이 잡히고 사고도 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징과 괭가리소리 왁자하고 만선가를 부르며 가족이 기다리던 집으로 내닫던 어부들의 노래와 선창가에서 이들을 맞았던 가족들의 환호가 그립다.

박종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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