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가 자랑하는 대문장가 귤은 김유 선생의 호 귤은(橘隱)도 귤당리 마을에 은거하고 있는 선비란 의미이다"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의 북동쪽 섬을 동도라 부른다. 거센 파도가 닿는 해변답게 깎아지른 절벽이 많아 접근이 힘들지만 1m 남짓되는 큰 고기를 낚으려는 낚시인들에겐 동도의 거친 해변이 꿈의 낚시터이다.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의 북동쪽 섬을 동도라 부른다. 동도의 동쪽 해변은 멀리 대한해협으로 이어지는 망망대해로 거센 파도가 닿는 해변답게 깎아지른 절벽이 많아 접근이 힘들다. 하지만 1m 남짓되는 큰 고기를 낚으려는 낚시인들에겐 동도의 거친 해변이 꿈의 낚시터이다.

가장 북쪽의 고라짐 해변부터 칼바위를 지나 농여가 있는 동도의 남단까지,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 틈새마다 자리를 잡고 꿈을 드리운다.

이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멀리 서울에서, 부산, 대구에서 오매불망 날을 잡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망양봉이 솟아 섬의 동쪽을 막아주고 서편은 길게 늘어진 산자락 좌우로 마을이 들어서 북쪽이 유촌마을이고 남쪽이 죽촌마을이다.

유자 유(柚)로 표기하는 유촌(柚村)은 옛 이름이 귤당리(橘堂里)로 일제강점기 이후에 유촌이 되었다.

거문도가 자랑하는 대문장가 귤은 김유 선생의 호 귤은(橘隱)도 귤당리 마을에 은거하고 있는 선비란 의미이다.

김류는 거문도 유촌 귤동에서 1814년(순조 14)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거문도의 서도(西島)에 살던 만회(晩悔) 김양록(金陽錄)[1806~1885]과 장흥(長興)의 남파(南坡) 이희석(李僖錫), 추려(秋旅) 김대원(金大源) 등과 함께 공부하였다.

학문이 어느 정도 이르렀다고 판단한 30세에 과거를 보려고 서울로 향했으나, 장성에 이르러 노사 기정진을 만나 선생의 뛰어난 학문을 접하고서, 그 결심이 이내 바뀌고 말았다고 한다.

성리철학(性理哲學)의 대가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문하에서 스승의 질정을 받으며 수학한 끝에 학문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게 되자 귤은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귤동으로 돌아온 후 남해 절해의 고도인 거문도 지역에서 낙영재를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학문에 전념했으며 말년은 신지도와 청산도 등에서 제자를 가르쳤다.

선생은 이 후 궁벽한 도서의 문물을 고치고 벽촌을 변화시킨 문인, 애향 운동가, 교육자 등으로 삶을 살다 1884년(고종 21) 4월에 우환으로 완도 땅 청산도에서 별세하였다.

귤은사당.

김류의 사상은 철저하게 주리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문장은 자기 성찰과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관조, 그리고 모순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집약되고 있다.

김류의 격물(格物) 궁리(窮理)의 학문과 사상은 310여 편의 시편으로『 귤은재문집』 에 실려 있다.

거문도의 뛰어난 풍경을 알려주는 삼호팔경은 귤은재문집에 실려있어 귤은 선생이 지었다고 알려지는데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귤당마을과 죽촌마을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귤정추월(橘亭秋月)
비 개인 귤정에는 계수나무가 가을인데
달 밝은 정자에서 밤을 즐기네
누대머리 온갖 나무 황금색으로
그 빛 물에 비추어 아름다운 경치 만드네

귤정추월은(橘亭秋月) 귤당리 마을정자를 비추는 가을 달의 풍경을 노래하는 글귀다. 자신이 낳고 자랐던 귤당리로 돌아와, 출세를 포기하고 학문에 전념하였던 선생이 망양산 위로 높이 솟아 마을 정자사이로 비추는 달빛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었던 여유로움은, 귤은이란 호를 쓰며 유유자적했던 노 선비의 풍모가 함께 느껴지는 대목이다.

죽림야우(竹林夜雨)
뜰 앞은 푸른 숲으로 빽빽이 들어서서
밤새 빗소리는 내 마음을 흔드누나
진나라의 죽림칠현이 어렴풋 생각나는 것은
혜강의 거문고 소리와 완함의 휘파람소리인 듯 하구나

죽림야우(竹林夜雨)의 시적인 아름다움에서도 귤은 선생다운 선비의 서정이 느껴진다.

죽촌은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아 이름지어졌던 마을로 대나무 숲에 밤비가 내리면, 잎새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때론 스산하고 심란하게, 때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잠 못 이루는 밤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한 때는 큰 야망을 품고 과거를 준비했던 선비로서 서구열강의 큰 물결이 파도를 넘어 밀려오고 새로운 세기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을 시기에 노 선비는 무슨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을까?

박종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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