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9월의 참 맛 전어구이. 전어는 가을에 살이 오르고 지방질이 풍부해 맛이 좋지만, 산란기엔 기름기가 빠지면서 살이 퍽퍽해진다.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전 국민을 사로잡은 자랑이 있었으니 바로 여수의 맛이라 할 수 있는 여수지역의 음식문화이다.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돌산의 갓김치를 비롯해서 서대회, 간장게장, 장어요리 등은 철에 관계없이 전국민에게 여수의 맛거리로 깊이 각인되었다.

예로부터 여수는 남해안 해양성 기후와 뛰어난 자연환경에서 생산되는 농수산식품이 다양하여 뛰어난 맛의 고장으로 알려져 오긴 하였으나 직접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타 지역 사람들에겐 그 진가를 알릴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2012년의 세계박람회를 통한 여수 음식과의 만남은 전국민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수의 뛰어난 먹거리는 계절별로 특징이 뚜렷하여 매달 맛있는 음식을 따로 정할 만큼 그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수의 계절별 음식을 분류하여 소개하였는데 전남해양수산과학원장과 농식품부 여수수산사무소장으로 활동하였던 여수출신 임여호 박사의 분류를  소개한다. 

1월은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이라고 조정래 선생님이 소설 태백산맥에서 소개한 꼬막이다. 차갑고 메마른 바람이 겨울 갯벌을 감쌀 때 남해안의 명물 꼬막이 제철을 맞는다. 추울수록 살이 실하고 쫄깃하며 영양분이 가듯 찬 것이 설을 전후하여 속이 탱탱하게 꽉 차,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랏상에 8진미 중 으뜸으로 꼽히고, 조상의 제사상에도 결코 빠지지 않은 것이 꼬막이다. 

2월은 겨울 한철에만 시원한 맛을 볼 수 있어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은 “물메기(꼼치)”다. 생김새가 생선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못생긴 천하박색으로 예전에는 어민들의 그물에 잡히면, 재수 없어 할 만큼 천대를 받았으나, 지금은 최고의 계절별미로 탈바꿈 하였다.

3월은 봄기운을 풍기기 시작한 2-4월경이 한창이며 쫄깃하고 담백하여 조개중의 가장 으뜸이라는 “새조개”이다. 조개의 속살이 새의 부리모양과 닮아 새조개라 부르며, 크기는 아이들의 주먹만 하고 겉은 피조개와 비슷하다.

4월은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도다리이다. 옛 부터 식도락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봄이면 남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을 넣고 끊인 봄“도다리”탕이 으뜸이다.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하는 어류로서  두개의 눈과 입이 몸의 위쪽에 몰려있어 납작한 체형으로 그 생김새가 넙치와 쏙 빼닮았다. ‘좌광우도’라 하여 물고기와 마주보았을 때 눈이 왼쪽에 몰리면 광어(넙치),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이다.

5월은 여수해역 수산물로 맛과 영양이 풍부한「서대」이다. 가자미목 참서대과의 어류로써 수심 70m 이내의 바닥이 모래가 섞인 펄질에 서식하며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남해안 중서부 지방의 명물이다. 무채와 버무린 서대회나 양념을 바른 서대찜으로 먹는다.

6월은 샤브샤브로 유명한 갯장어이다.  더운 여름 지친 심신을 위해 예부터 보신탕으로 몸의 부족한 기운을 채워 왔는데, 이에 못지않은 여름 보양식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바다의 힘을 자랑하는 갯장어다. 연중 장어구이나 장어탕으로 많이 먹지만 여름에는 양념을 한 육수에 살짝 데쳐먹는 샤브샤브 요리가 단연 최고이다.

군평선이 구이

7월은 여름철 최고의 생선으로 알려진 농어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한" 이라는 선비가 낙양에서 벼슬을 하였는데 문득 고향인 송강에서 여름에 먹던 농어 맛을 잊지 못하여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오중노회(吳中鱸膾) 일화는 농어의 맛을 전해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예로부터 오월은 농어 유월은 숭어가 맛있다는 “오농육숭”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 오는데 음력을 사용하던 시절을 감안하면 여름철이 제철인 생선이다.

 8월은 문어이다. 문어는 고단백, 저열량, 저지방에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하며 동맥경화, 심장마비, 시력감퇴, 빈혈, 당뇨병 등에 효과가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미각장애를 예방하고 빈혈예방에 효과적이며 수험생과 심신에 지친 현대인들의 여름보양 건강식과 입맛을 사로 잡는 데는 그만이다.“ 여수산 피문어 ”는 피를 맑게 해 미역국과 궁합이 맞아 산후조리나 혈액순환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전국으로 판매된다.

9월은 집나간 며느리도 맛을 잊지 못해 돌아온다는 전어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된 전어는 가을에 살이 오르고 지방질이 풍부해 맛이 좋지만, 산란기엔 기름기가 빠지면서 살이 퍽퍽하다. 따라서 산란이 끝난 8월 이후 살과 지방질이 오르면서 9~10월 전어가 가장 맛이 있다.

10월은 삼치가 가을소식을 전한다.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 지방에 내려온 관찰사가 삼치의 맛이 너무 좋아 그 맛을 보라고 정승에게 보냈으나 지방질이 많은 삼치가 상해버렸고, 썩은 생선을 받은 정승이 몹시 화가 나 관찰사를 좌천시켰다. 그 후 사대부들은 삼치를 ‘벼슬길에서 멀어지는 식품’이라 하여 먹는 것을 기피하여 망어(亡魚)라고 불렀다고 한다. 삼치의 맛이 너무 좋아서 벌어진 일화였던 것이다.

11월은 추운 겨울,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요리의 최고 재료인 조피볼락(우럭)이다. 우럭이란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조피볼락은 육질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가 선호하는 어종이며, 예로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진품중의 하나이다.

▲ 여수의 회정식

12월은 바다에서 올라온 밥상의 영양 덩어리인 겨울 비타민 굴이다.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단백질과 지방, 회분, 글리코겐 등의 영양소를 비롯해 칼슘과, 인,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과 필수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다.
 굴에 함유된 타우린과 글리코겐은 각종 성인병과, 간염, 시력회복에 효과가 좋으며 중금속 해독 및 세포기능을 활성화하는 셀레늄 또한 풍부하여 세포와 세포막을 발암물질로부터 보호한다.   

박종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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