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고려왕국의 수도였던 개경(송악)의 외곽이면서도 한반도 남북을 연결하는 중요한 축 선상에 위치한 관계로 수 천년 동안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장이다.
6·25사변 이후 반세기를 지나는 동안 지금은 황량한 벌판처럼 되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귀중한 땅이다.
신라 고도 경주시 땅 밑에 묻혀 있던 숱한 문화재와 역사적 진실들이 각종 토목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백제 초기 도읍지였던 하남 위례성터도 최근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역사적 실체가 들어 남으로써 수 조원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보존하기로 결론이 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종합해 볼 때 고려왕조 5백년 도읍지 송악 인근에 공단을 건설하는 것은 남·북이 함께 신중히 생각하고 검토해야 할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남·북 대치 상황하에서 경의선은 복원중이고, 국도 1호선연결과 고속도로건설, 각종 사회간접시설과 전력공급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어느 곳보다 개성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개성공단으로 확정할 경우 공사에 앞서 남·북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철저한 지표조사를 통한 후회 없는 결정을 해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조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를 생각한다면, 또 해상운송의 장점도 감안한다면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처음 제안했던 해주공단이 더 좋지 않을까?
그 쪽이 더 유리한 면도 있고 고려시대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예성강유역 벽란도 지역도 한번 눈 여겨 볼 만한 곳일 것이다.
어디가 됐건 신중에 신중을 더하되 과거 우리가 무분별하게 개발하던 과정에서 체험한 뼈아픈 실수를 남·북 경협에서는 더 이상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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