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978년 개방개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이유는 뭘까? 중국의 국가발전전략은 무엇일까? 개방한지 불과 30년 만에 G2에 진입한 저력은 무엇일까? 최근 중국의 급성장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그 힘은 중국지도자들의 치열한 학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산당 간부들이 열심히 공부(열공)한다는 사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국 중앙방송(CCTV) 경제채널(CCTV-2)에서 2006년 11월 13일부터 11월 24일까지 12회 연속으로 방영한 '대국굴기(大國崛起: 강대국으로 우뚝 선다 뜻)'라는 역사다큐멘터리가 중국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실제 제작 배경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대국굴기'프로그램 제작 총책임자인 런쉐안(任學安)은 "2003년 11월 말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들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15세기 이후의 세계 주요 국가의 발전 역사'에 대해 집체학습을 했다는 뉴스였다. 그때 돌연 저 먼 곳에서 역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나의 생각으로 나는 온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역사의 부름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중국 CCTV가  국가지도자만이 학습하던 강대국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를 제작, 13억 중국인에게 알림으로써 '국민을 교육시키는'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대국굴기'라는 총 1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5세기 이후 세계를 호령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과 미국, 소련(러시아) 등 9개 대국(大國)의 발흥과 패망의 역사를 돌아보며, 각 국가의 지도자와 국민은 어떻게 해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짚어보는 역사 다큐멘터리이다.
 CCTV 제작팀이 무려 3년에 걸쳐 9개국의 역사적 현장과 박물관 등을 직접 찾아가 1차 문건을 확인해 제작한 역작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시청자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25명의 정치국원들이 1~2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집체학습' 을 한다는 사실이다. 후진타오 체제하의 중국 최고지도부는 2002년 12월 시작해 2012년까지 무려 76회에 걸쳐 집체학습을 해왔다.

이처럼 중국 지도부는 오래전부터 '대국의 흥망사'를 공부하고, 지금 모든 중국인이 그것을 학습함으로써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정신적·제도적·학문적 준비'를 착실히 준비해왔던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뒤 초영간미(超英赶美: 영국을 초월하여 미국을 넘는다)라는 국가발전전략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심알동 광적량 불칭패(深挖洞 廣積糧 不稱覇): 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비축하며, 패권자라 칭하지 말라'고 교시했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던 덩샤오핑도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를 추진해 온 것이다.

몸을 낮추고 내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대외 마찰을 줄여야겠다는 현실론에 입각하여 내공을 기른 것이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구미와 일본 등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의 성장속도가 세계경제에 위협을 초래한다는 '중국위협론'을 제기할 때마다 중국 지도자들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노리지 않는다는 점을 외부에 알렸다.

중국은 강대국이 되더라도 세계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영의 길을 가겠다는 실용주의적 외교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즉, 중국이 강대국이 되는 조건으로 "화합하면 둘 다 이로울 것이고 싸우면 양쪽 다 다친다(和則兩利 鬪則俱傷)"는 협력과 연대의 가치관을 중시하고 있다.

중국은 '대국굴기'제작을 통해 얻은 강대국이 되는 교훈이 화합하고 협력하며 상생하는 것이다.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대립과 갈등,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손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서방대국들처럼 이성적이고 타협과 협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제도와 이익분배방식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문제 해법을 찾았다.

화합과 협력, 연대와 상생의 가치관은 비단 국가차원 뿐만 아니라 개인이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필요하다는 사실임을 유념해두면 좋을 듯 싶다.
 

황상석 발행인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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