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의 참사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전면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를 사실상의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는 ‘극약 처방’을 뒀다.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공직사회를 대수술하는 소위 ‘국가시스템 개조’라는 카드를 국민에게 제시한 것이다. 지난 19일 오전 박 대통령은 ‘대국민과의 담화’에서 새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국가의 재난과 안전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현장중심의 재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의 참사와 관련, 우왕좌왕했던 부처들을 확실히 손을 봤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부활시켰던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서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또 국가안전처 산하에 해양안전본부와 특수재난본부를 설치해 각각 해상재난과 항공재난 같은 특수재난을 총괄하도록 하고, 경찰 특공대와 유사한 특수기동구조대를 신설해 ‘골든타임’ 등 초동 대처 위기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를 통해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 관련 조직의 통합하고 지휘체계의 일원화하며 육상과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 중심 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이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번민과 고뇌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하지만 분명히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번 세월호의 참사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양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잃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즉, 빈대하나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런 사례이다. 그만큼 이번 국가개조시스템은 해양력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옛 속담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강대국이 되려면 제해권, 일명 해양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마한이 1890년에 편찬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의 책이 오늘날 초강대국 미국을 발전시키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마한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무역 등 경제 전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여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해양력’(Sea Power, 해전) 개념을 고안했다.

21세기는 육지의 영토보다도 바다의 영토를 중시하고 있다. 과거의 무인도는 별개 아니었지만 지금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놓고 해군력을 확충하는 등 심각한 대결구도를 벌이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 열도에서 마찬가지로 해양영토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제해권(해양력) 확보를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해양경찰은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체한다해도 유구무언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해경의 업무는 구조구난 뿐만 아니라 방제, 불법어선 단속, 경비 등 다양한데다 바다에서 수행하는 업무라 육상보다 2배 정도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수사 정보는 경찰청에, 경비 구조구난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나눠버리면 해양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해양관련 산업이 초토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개조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국내의 해양력을 약화시키거나 위축시키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장보고 청해진 대사와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한중일 해상무역을 독점했거나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제해권 또는 해양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황상석  jangpogo9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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