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은 동맹관계를 맺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다. 결국 연합국에게 항복, 패전국이 됐지만 양국은 전후 문제의 처리에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역대정권은 국가차원에서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의 만행과 유태인 학살에 대한 사죄와 함께 배상에도 적극적이다. 1970년 12월 6일에 폴란드와 국교정상화조약에 서명하기 위해 바르샤바를 방문했던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은 예정에도 없던 유대인추모기념공원 추모비 앞에서 무릎 끓고 사죄를 했다. 어디 이 뿐인가? 독일 전체가 ‘반성 기념관’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곳곳에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지하철 비텐베르크 플라츠 역사를 빠져 나오면 나치 강제수용소 12곳의 이름이 새겨진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시커먼 색깔의 안내판에는 ‘우리(독일인)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경악의 장소’라는 글귀가 새겨 있다.

또한 독일통합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옆 포츠담 광장 근처에는 유럽에서 학살당한 유대인추모공원을 전액 국비로 건설했다. 더욱이 나치만행을 역사교과서 외에 윤리, 사회, 종교 등의 다른 교과서에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독일은 역사교과서를 편찬할 때 폴란드와 프랑스 등 제2차 세계대전 피해국들과 상의, ‘공동 역사교과서를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정부는 1953년 연방배상법을 제정, 독일의 나치피해자 배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지급한 배상금의 규모는 614억 유로(85조원)이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선대의 죄악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식민지 지배가 정당했다는 식의 망언을 일삼고 있다. 게다가 자국의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기술하는 등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 한술 더 떠 아베 일본 총리 및 국회의원들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식민지 피해자 배상 문제도 1965년에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서 이미 법적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나몰라’라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일제 때 강제로 징용됐거나 원폭피해를 입은 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회피하고 있다. 아직도 일본 정치가들은 한국과 중국 등 피해자들의 옛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염장 짓’을 하고 있다.

근대 일본 제국은 19세기말부터 독일의 국가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하였다. 일본은 프러시아적 권위주의와 낭만적 민족주의, 유사과학적 인종주의 등 독일문화에 매혹을 느꼈다. 이들 문화는 정작 독일에서 빛을 잃었는데도 일본에서 기이하게 번창했다.

그렇다면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해법이 왜 이렇게 천양지차로 다른가? 이유는 간단하다. 패전 후 동서독은 정권의 도덕적 정통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나치세력을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몰아냈다. 여기에는 독일국민들의 높은 역사인식이 한몫을 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군국주의자들이 전후 집권층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인적 청산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범의 후예들이 다시 정치 일선에 등장하면서 주변국과의 과거사 문제로 외교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문화적 상식(cultural literacy)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과거사 인식은 어떠한가? 맥아더 장군은 1945년 일본의 정신연령을 12세 정도 되는 아이에 비유했다. 당시 일본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오늘날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 및 의식수준, 지적수준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정치문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정치문화의 토대가 정신적, 문화적, 지적발달장애에 걸려 있기 때문에 독일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황상석  jangpogo9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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