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여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공인 전문엑스포를 치렀던 경험을 갖고 있다. 엑스포는 1851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기까지 161년 동안에 64차례 엑스포가 열렸다. 이들 엑스포를 개최한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은 엄청난 국력을 쏟아 부으면서 국가발전을 꾀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전과 여수도 박람회 개최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지만 여전히 사후활용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전엑스포의 경우 지난 1993년 개최 이후 20년 넘게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엑스포 과학공원은 입체영상관과 시뮬레이션 전시, 인체탐험실습교실과 어린이 과학체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세계엑스포기념박물관을 개장했다. 최근에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와 체험과학전시관, 자기부상열차관, 영상특수효과타운 등의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을 했다.

반면 여수엑스포장의 경우 활성화방안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에 따르면 최근 여수엑스포장 매각에 실패한 후 조만간에 3차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세부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2차 때와 비슷한 형태의 매각조건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매각조건이 완화됐지만 투자의향을 밝힌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엑스포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는 4,000만 원을 들여 장기임대 방안에 관한 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다음 달쯤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의 주제는 엑스포장 활성화방안 모색이 아니라 엑스포장을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선 엑스포를 활성화한 뒤 장기임대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엑스포장이 활성화되려면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더 이상 돈을 투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 속셈은 3,800억 원의 선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결론은 정부가 박람회 유치할 때의 입장과 개최이후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람회의 개최목적은 상업성이 아닌 공익적 역할에 두고 있다. BIE 협약에 따르면 박람회는 공중의 교육을 위한 전시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전시의 내용이 문명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개발된 수단이나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업적 및 미래발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엑스포를 개최 목적은 한마디로 상업적 성격을 갖는 전시회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목적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후활용방안은 상업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애쓰다보니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과 해양은 일반 국민들이 선호하는 킬러콘텐츠가 아니다. 과학과 해양은 왠지 딱딱하고 어려운데다 실생활에서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학과 해양을 무시할 수 있는 분야인가? 오히려 관심을 갖고 더 투자해야할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들 주제의 엑스포를 유치한 것은 바로 낙후되고 소외된 분야에 투자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과 해양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며 향후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해양 분야의 경우 선진국들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과학과 해양은 인류발전을 모색하는데 꼭 필요한 공공재이다. 이들 영역에서 상업성을 반영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부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개척해야하고 뒷받침을 해줘야 할 영역이다. 따라서 대전과 여수의 경우 국민들에게 과학과 해양 등 낯선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여수는 이순신 제독이 조일전쟁을 대승리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오늘에 재현,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남녀노소 등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킬러콘텐츠이다. 여수엑스포장의 일부라도 임대하여 이순신 제독이 여수에서 임진왜란을 대비, 준비했던 내용과 전라좌수영민들의 활약상 등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청사진을 마련해보자. 엑스포가 개최된 현장이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서로 힘을 합쳐 사후활용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황상석  jangpogo9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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