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됐다. 294명이 희생되고 아직도 실종자 10명을 찾지 못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만큼 전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사례는 없을 것이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구조 당국의 모습은 우왕좌왕한데다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실망 또한 컸다. 모든 국민들은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참담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자책’하면서 하루를 견뎌온 것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발생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331명을 입건했으며 이중 139명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선박검사부터 허가 과정 등에서 제대로 업무를 챙기지 않는 공직자 및 민간업자들이 감옥에 갇히는 등 세월호 참사의 유탄을 맞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유병언 및 측근들의 재산 가운데 81% 가량인 1054억 원을 동결한데 이어 최근 344억 원을 추가로 동결했다. 전 세모그룹 계열사는 전방위 압박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적폐를 해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마자 여 야간의 이견 차이로 아직도 해법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에 가까운 혁신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헛바퀴 돌고 있다.

첫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여야가 대립하면서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법제정에 가장 난제는 조사위의 의결정족수 규정문제를 놓고 여당은 3/2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자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과반수 찬성으로 하자며 대립하고 있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21일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태스크포스)'를 즉시 재가동하고, TF에 협상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어느 세월에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둘째,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 각 부처로 흩어진 안전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등이 표류하고 있다.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는 이 법은 아직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한편, 세월호 참사의 주범 유병언 전 세모그룹(청해진) 회장이 종적을 감춘 지 2개월 만에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해외로 밀항해 도주했다는 설과 컨테이너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갔거나 구원파의 교인 집에 은거했다는 설 등 다양한 풍문이 나돌았다. 이 때문에 검경은 두 달 동안 약 128만 명의 경찰력을 총동원해, 전국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유씨를 찾지 못했다.

문제는 유병언 회장이 숨어 있었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박모씨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있는 변사체를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발견, DNA를 조사했으며 유병언임을 입증했다. 검경은 유병언을 코앞에 두고 40일 가량을 헤맸던 것이다.

경찰내부에서는 ‘유병언이 자살했다’ 또는 ‘자연사한 것 같다’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가 운영하는 해운사의 배를 타고 한순간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최소한 ‘사과하는 문건’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종교지도자였다면 국민들에게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육성이라도 남겼더라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병언은 끝까지 당당하지도 못하고 비겁했다. 아니 치졸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큰아들 유대균은 물론, 차남 유혁기씨도 도주시켰다. 그의 자필 메모에 “난 음모에 빠졌다”고 적고 있으며 언론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끝까지 남의 탓만 한 것이다.

황상석  jangpogo9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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