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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사람 머리는 깍고, 추억은 살리고여수봉산이발소 70년째 한 자리 추억의 명소
세번째 주인 김삼현씨 내외 34년째 운영

 

   
▲ 여수 봉산이발소는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마라는 시절에 가장 북적대던 추억의 명소이다.

 

여수봉산동 벅수골 영락교회 건너편에 위치한 봉산이발소는 기자가 유년 시절 즐겨 다니던 추억의 장소다.

70년대 초 6-7살 시절 명절이면 가장 북적대는 곳이 목욕탕과 이발소였다. 어르신들이 의자에 누워 아가씨가 면도해 주는 모습이 왜 그리 신기했는지, 분가루를 발라 바리깡을 하면 머리가 엉켜 뜯길때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 남자들에게는 아마도 이발소는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가장 깊게 베인 곳이 이발소일 것이다.


봉산이발소는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다. 현재 세번째 주인인 김삼현(75)씨와 아내 최옥자(71)씨가 이 곳을 운영한 것이 지난 1981년. 광주항쟁이 터진 그 다음 해부터다. 해방둥이인 최씨가 학창시절 단발머리를 이 곳에서 잘랐다고 하니까  족히 70여 년은 된 것같다.

최씨 말에 따르면 봉산이발소 원주인은 진씨 성을 가진 경상도 사람이였다고 한다. 정도 많고 친절해 가게가 성업을 했다는 걸 보면 5-60년대에 지역 감정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최씨는 "제가 아마 남초교 1회나 2회 될 것인데 그때는 진남관에서도 공부하던 시절이다"며 "당시 여학생들이 단발머리를 자를때면 이발소를 찾았다"고 회상했다.

남편 김씨는 28살의 나이에 70년대 여수 중앙동의 로터리,해동 이발소와 더불어 여수 3대 이발관 중 하나인 서초등학교 앞의 한일 이발관을 운영했다.

김씨는 16살 나이에 무작정 상경해 친구의 권유로 가위를 잡게돼 군(9사단)에서도 이발병으로 복무했다. 제대 후 여수중앙극장 앞 현대이발관에서 2년 정도 이발사로 근무하다 한일 이발관을 차려 13년간 운영했다. 그때 유행했던 말 중 하나가 '2시배'다.

남면과 거문도 사람들이 아침 일찍 육지로 나왔다가 이발하고 들어가는 배가 2시에 있었기때문이다.여수 섬사람들은 아마 2시배를 잊지 못할 것이다.


김씨의 한일 이발관은 대단했다. 직원이 무려 9명까지 있었다. 그 당시 이발소는 월급은 없고 그날 벌어 그날 가져가는 일당제였다.기술자 서너명에 시다, 머리깍는 사람, 아가씨 등이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을 했다. 당시 호남정유, 한국화약 임직원들이 이 곳을 이용했다.

김씨는 "얼마나 바쁜지 밥 먹으러 갈 시간이 없었다"며 "당시 경찰서장이 짚차를 타고 이발을 하러 오면 기사가 이발이 끝날때까지 부동자세로 밖에서 기다렸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 70년대 여수 3대 이발관 중 하나였던 한일 이발관을 운영하다 광주항쟁 직후 봉산이발소를 인수해 34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삼현(75)씨 내외.

 

 

광주항쟁 직후 퇴페 이발소가 유행하면서 김씨는 가게를 정리하고 지난 1981년 봉산이발소로 둥지를 옮겼다. 최씨는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돈 벌자고 할 수 없었다"며 "그래도 한 눈 안팔고 열심히 일해 네자식 모두 결혼 시키고 잘 키우고 아저씨 건강하게 지금도 일하니까 얼마나 좋냐"고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중선배가 200척이 넘게 있었던 8-90년대 여수 봉산동은 그야말로 돈이 넘쳐나 잘사는 동네였다.보름간 바다에 나가면 수천만원을 벌어오던 시절이다. 한마디로 물에서 금이 나오는 '금생여수'였다. 이발소도 덩달아 손님들로 북적댔다. 김씨 내외는 "여수와서 돈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이때 나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런 시절이 중선배가 하나 둘 없어지고 소형기선저인망(고데구리) 배들이 모두 감척한 후로는 쇠퇴의 길로 접어 들어 지금 봉산동은 여수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가 되가고 있다.

김씨는 "가끔 어린 시절을 기억해 우리 가게를 찾는 어르신들이 오실때 보람을 느낀다"며 "봉산이발소가 추억과 향수를 주고 행복을 선사하는 가게로 오랬동안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태 기자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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