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똑소리닷컴 대표

공무원 연속 비위 사건, 개인 차원?

“최근 발생한 비위행위가 민선6기 마지막 비위행위라 믿고 싶다”
검사장 출신 시장이 시민에게 연달아 사과를 하면서 한 말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을 하였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2,200 여 명이나 되는 공무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꼭 개인적 차원에서만 생각해 볼 것인지가 의문이다.
비위 공무원은 3년간 승진 제한, 부서장은 연대 책임을 물어 근평 감점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공무원의 음주운전 사고에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를 비웃듯이 사과한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공무원이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체면을 구겼다. 공무원노조가 나서서 자정결의대회를 하고, ‘공사에 모범을 보이겠다’고 결의문까지 낭독하였지만 지켜볼 일이다.
2012년 공무원 80억 횡령 사건 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게 하였다고 하면서 모든 책임을 당사자인 8급 공무원에게 떠넘기고, 최고 책임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공직사회에서 어떤 사고가 생겨도 당사자와 상급자만 징계하고 넘어간다. 징계를 당하면서도 한편으로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공직사회 승진 못하면 낙오자 

순환보직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격무부서와 비인기부서는 인사상 혜택이 없어 누구도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배치되었어도 기회만 되면 떠나려고 힘쓴다. 특정 부서는 승진 기회도 많고, 시장 가까이에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승진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정 부서로 이동하려고 한다.
아니면 국서무가 되거나 근평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 무리하게 회식자리를 만들거나 간부 공무원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면서 마음에 없는 술자리도 참석해야 한다. 그나마도 80억 횡령 공무원 같은 기능직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공무원은 승진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공채로 들어온 일반직 역시 고시나 다를 바 없는 그 어려운 공무원 시험을 합격해서 발령을 받았다. 아무리 근무연수가 많아져도 학교 다닐 때 전공은 없어지고, 하루하루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승진의 첫 관문인 6급을 어렵게 되었는데 옛날 선배들처럼 팀장이 되면 신문 보고, 결재만 하지 않는다. 지금은 기껏해야 팀별로 7급 이하가 불과 2~3명이 대부분이어서 세분화된 업무를 남에게 미룰 수가 없다.

공무원 1/3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들

시민들은 인구는 줄어가는데 왜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 2,200명이 되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다. 인근 순천과 목포에 비교해서 1/3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놓고 말한다.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웬만한 것은 모두 용역을 주고, 각종 공사와 관리 보수 등 현업 업무 처리는 모두 업자들 몫이다. 공무원은 의뢰하는 전화 다이얼만 돌리고, 심지어 민원도 업체가 나서서 처리를 하고 있다.
2014년말 기준으로 GS칼텍스 매출 38조 2,465억원, 전체 직원 수 2,932명, 롯데케미칼 매출 11조 1,942억원, 전체 직원 수 2,577명이다. 6월말 기준으로 순천시 인구 27만 9024명, 공무원 정원 1,330명, 목포시 인구 23만 8,210명, 공무원 정원 1,140명이다. 이에 비해 여수시 인구는 29만 638명이고, 공무원 정원은 1,703명이다. 기타 무기계약직과 일용직을 합치면 2,200명이 넘는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럼 공무원은 무엇하고 있을까? 시장이 최근 TV 뉴스에 나와 “몸이 3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였다. 그 정도로 바쁘다는 것이다. 시장이 바쁠 때 공무원도 마찬가지이다. 시장과 부시장, 국장이 행사에 참석할 때 관련 부서 공무원은 일을 제쳐두고 동행해야 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문서 만들고 있어

여수시 의회가 연 120일간 열리면 공무원은 회의자료 제출하고, 행정사무감사, 예산편성, 결산감사 자료 등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이 의회 못지 않게 소홀히 할 수 없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의회와 비슷한 성격의 각종 위원회가 많다. 모두가 선망하는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같은 위원회가 110 개가 넘는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읍?면?동과 분과별 등 산하 조직이 있다. 민선 6기 들어서는 시민위원회가 생겼다. 1년 임기의 5개 분과위원회 100명 위원, 별도 사무실까지 있는 초대형 위원회이다. 시의회가 상원이라면 시민위원회는 하원인 셈이다. 공무원들 가운데에서는 시의원보다 시민위원에게 부탁할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시민위원들은 각종 정보와 자료를 받아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한 가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 결재 단계를 거치고, 부서 관련 위원회와 시민위원회 자문,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사업 시행하기 전, 보도자료 작성해서 홍보를 하고, 사업을 마치면 각종 결과 보고를 한다. 수시로 감사부서와 시의회 행정 사무 감사와 결산 검사, 도청 감사, 행안부 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받아야 한다. 시의회와 도의회, 국회 보고 자료까지 만들어야 한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정보 요청을 비롯하여 시민들의 정보 공개 청구, 민원에 일일이 대응하고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창의적 정책 개발할 시간을 주려면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자료 수집과 시민과 전문가를 만나서 정책 수렴을 하고, 기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컴퓨터에 저장된 지난해 계획서를 그대로 베끼거나 일부 수정을 해서 추진한다. 아니면 중앙정부와 도청에서 내려온 지침과 공문대로 따라서 한다. 어떤 개발 사업은 업자가 모든 서류를 갖춰서 제공한다.
공무원들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정책을 개발할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불필요한 문서 생산을 줄여야 한다. 2015년부터 ‘정부 3.0’ 사업의 하나로 결재문서 원문 정보 공개를 하고 있다. 정보 공개율에 있어서 전남 22개 시?군에서 여수시는 17위를 하였다. 지금은 부시장 이상이 결재한 문서만 공개하고 있지만 시민의 관심이 많은 문서 대부분이 위임전결로 과장이 결재를 하고 있다. 여수시는 모든 결재문서를 공개해서 필요한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찾게 한다. 월권행위를 할 수 없는 공직사회에서도 업무 공유가 가능해져서 칸막이 행정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
시민의 대표 기관인 시의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당장에 시민위원회를 폐지한다. 또, 불필요한 위원회를 통합 또는 폐지를 하고, 시민들의 중복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시장과 부시장, 국장의 의전 행사 참여를 줄이고, 협약식과 발대식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줄여서 시장부터 앞장서서 공무원과 정책 협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특정 부서 중심이 아니라 정책 개발과 사업 추진 성과 위주로 전문성을 고려한 배치와 승진이 이뤄져서 열심히 근무하는 공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승진에 있어서 시장이 4배수 5배수 범위 안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보다는 최근 4년간 점수를 합산 반영해서 선발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존감을 높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억지로 남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자존심’보다는 스스로가 공무원으로서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그 자존감은 일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에서 비롯된다. 퇴직을 해서도 시민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고,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업적을 갖게 ‘정책사업실명제’를 실시하는 것과 같이 공무원 자존감을 높이는데 힘쓰는 것이 방법이다.
시민이 시장이라고 ‘쇼’ 하지 말고, 공무원에게 시장과 같은 권한과 책임을 주면 시장 몸이 3개가 아니라 2,200 여 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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