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일 여수 예치과 대표원장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의사소통이 편리해졌습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전화를 제외한 의사소통 방법은 편지였습니다. 어린 시절 편지 한 장 쓰는데 꼬박 밤을 세고 답장 기다리며 설레던 그 기분은 지금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합니다. 

 또박, 또박 정자체로 마음을 담은 편지는 상대에게 지극한 정성과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문자메시지, 이메일, 카카오톡 등 편지를 대신한 의사소통도구는 따뜻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편지가 주는 감동과 기억은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전하는 이야기 보다 더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십여 년 전 편지로 부자간의 사랑을 회복하고 아들이 명문대로 진학하게 된 사연을 월간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 삼수생이었던 아들은 자신을 꾸짖던 아버지가 미워서 엄마에게 악에 바친 모진소리를 하게 됩니다. 이걸 본 아버지는 충격에 휩싸여 모 단체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편지쓰기 교실을 다닙니다. 편지쓰기 교실에서는 그 아버지께 아들이 예뻐 보였던 일들을 차례로 나열해 종이에 적게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퇴근한 아버지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용서를 빕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편지쓰기 교실에서는 아버지가 작성한 내용을 편지로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그 내용을 읽던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이후 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몇 개월이 지나고 그해 대학입시에서 아들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명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사업상 실수로 계약이 파기될 상황에서 솔직한 마음을 담아 작성해 보낸 편지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연 등, 편지로 인해 상호관계를 개선한 예가 무수히 많습니다.

편지쓰기의 장점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창의력과 문장력을 키워줍니다.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며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낭만을 되살려 줍니다. 

 필자도 연애시절 수많은 파지를 주변에 흩어놓고서야 겨우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첫 문장부터 막혀 당시 유명 작가들의 책에서 한 줄씩 가져와 짜깁기도 해보고, 말도 안 되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다보니 한 문장이 세 줄 이상의 장문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듭된 수정으로 편지의 절반을 흑색으로 도배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쉽고 간결한 문장이 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문장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작문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물론 하얗게 지샌 밤의 횟수에 비례해 사랑도 커져갔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바로 연애편지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픈 가족이나 상대가 있다면 진심을 담아 편지를 보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진심이 전달되고 편지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상대방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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