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초기 여수는 오흔인(吳欣仁)현감이 이성계 장군에게 저항하다가 폐현되어 순천부에 귀속되고 말았다.
그 후 파란만장 한 3복3파(三復三罷)의 통한(痛恨)의 복현운동을 거쳐 1897년 여수군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해주 오씨 오흔인의 후손인 오횡묵이 여수 군수로 부임했으나 오직 가무(歌舞)와 시흥(詩興)으로 백성들의 원성만 사다가 급서했다.

여수는 오흔인을 낳은 역적의 고을이라 하여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에 의한 무과시험을 본 것이 유일) 500년 동안 과거시험도 볼 수 없었다.(고 김계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의 통한의 여수 근대사, 좌수영지 제16호 68~81쪽 참조). 역사의 한(恨)을 가슴에 안고 사는 여수인들에게 오현섭 전 여수시장이 여수를 부패의 도시로 만들어 여수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시장 인계인수도 못하고 쫓겨 다니는 비겁한 도피행각으로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오현섭 비리에 연루된 전 현직 시 ․ 도의원이 19명(2010.10.13 여수신문 7면 참조)으로 의회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이어서 기능직 공무원이 80억 원을 횡령하는 독직(瀆職)사건이 터졌다. 여수시는 도둑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격이다.
 

당시 여수는 공황(恐慌)상태였다. 시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분노 했고, 일부 시민들은 분을 참지 못해 촛불을 들었다. 이것을 50여 명의 목회자들은 한 순간의 과오라고 말하면서, 오현섭 사면을 위한 서명 운동을 하고 있고,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500여 명이 서명 했고, 여수 국회의원 3명도 지난 4월 30일 서명 했다고 한다(2016.5.16 여수신문).

그리스 말 중에 “친구는 또 다른 나다”라는 말이 있다. 트로이 전쟁사에 보면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옷을 입고 전장에 나간다는 것은 또 다른 아킬레우스로서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현섭을 공천했던 사람과 지지했던 시민단체, 종교인들은 여수를 부패도시로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오현섭 구명운동에 서명한 사람들이 오현섭의 친구라면 그들은 또 다른 오현섭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여수시민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백주(白晝)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선이 침묵하면 악이 승리 한다고 했다. 시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구명운동이라니….

공직자의 자세

공직자의 청렴은 법적 의무사항이다.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필자는 공직자의 청렴은 법적 의무를 넘어 “신앙”과도 같은 소중한 덕목이라고 배웠다. 옛날 왕은 정승들을 임명할 때 옥을 선물했다. 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후한 때 양진은 한밤중에 금덩어리를 갖고 찾아온 사람에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 地知 子知 我知)”면서 청탁을 뿌리쳤다.

명심보감 성심(省心)편에 관청민자안(官淸民自安:공직자가 청렴하면 백성이 절로 편안 해진다), 정기(正己)편에 나오는 복생어첨검(福生於淸儉:복은 청렴과 검소한 데서 나온다), 맹자의 이루장(離婁章)에 나오는 기신정천하귀지(其身正天下歸之:지도자가 깨끗하면 천하가 그를 따른다)의 교훈을 믿기 때문이다. 공직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청렴을 평생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신세계를 지도하는 기독교나 불교도 공직에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부정과 탐욕을 버리고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에 “부정하게 얻은 재물은 아무 유익이 없어도 정직은 생명을 구한다”(잠언 10장2절),“부정하게 얻은 재산은 안개와 같이 사라지고 죽음의 덫이 된다, 죄를 지은 사람의 길은 비뚤어져 있지만 결백한 이의 행실은 바르다”(잠언21장 6, 8절)는 말씀이 있다.

불교 법구경에는 “사악하게 얻은 재물은 반드시 자기에게 고통을 주는 덫이 된다”(화향품), “파초는 열매가 맺으면 죽고 사람은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죽음을 부른다”(이양품)는 가르침이 있다. 모두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경구들이다.

국회의원들도 구명 운동에 동참 했다는 소식에 인간의 품성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아직 투표용지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벌써 판단이 흐려 졌단 말인가? 진중하지 못한 처신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순천 이정현 국회의원을 보라! 지금까지 1조 9천억 원의 예산을 확보 했다. 매주 토요일 14:00~15:00까지 호수공원 잔디광장에서 “광장 토크”로 직접민주 정치를 하고 있다. 예컨대 100여명의 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민원을 접수 받는다. 그리고 다음 모임 때 민원 처리 결과를 설명하고, 진행 중인 사건은 중간보고를 해서 시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여수 국회의원들은 들으라! 시류에 휘말려 더 이상 시민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 그리고 선거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날마다 선거를 치른다고 생각하고 일에 매진하라. 특히 4선 의원과 초선 의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잊지 말라.

공직자들에게 고함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리던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2010.3.1~2015.3.1 재임)은 친구가 준 1986년식 폭스바겐 비틀(Beetle)을 공용차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월급의 90%를 기부한 덩치가 큰 대통령이 작은 비틀을 타고 다니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현재는 고향에서 그 차를 타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음).

“진정한 무사는 겨울에 얼어 죽은 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명예를 귀히 여기고, 본령(本令)인 “백성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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