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낭만포차…왜?

지역경제활성화와 지역 내 새로운 관광컨텐츠로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낭만포차가 심상치않다. 개장 한달반이 지났지만 포장마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실한 메뉴, 바가지요금 등 상혼이 짙다는 여론과 함께 위생문제와 주변 정리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지역 내 건전한 포장마차 문화가 자리잡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낭만포차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가 봤다. <편집자주>

인근 상인들 “다 죽게 생겼다”…포차업주 “우리도 할 말있다”
시 사업구상 과정 서 지역민 의견수렴 부족 근본 원인 지목
낭만포차 국민권익위 고발…취약계층 자립 기회 마련돼야 여론

“낭만포차인가 뭐시기 인가 때문에 우리 다 죽게 생겼소”

종화동 해양공원에서 찾아간 한 횟집 주인 김 모씨는 최근 해양공원 인도변에 우후죽순 생겨난 낭만포장마차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불만을 털어놨다.

김 씨는 “낭만포차가 생겨난 후로 매출이 30%나 떨어졌다. 휴가철 되면서 그마나 숨통이 좀 트였는데 그래도 죽을 맛”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가게 운영하면서 정상적으로 세금내는데 세금도 내지 않고 영업하는 낭만포차와는 형평성이 맞지 않다. 그렇다면 시내에 노점상들도 일제히 단속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늘어놨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이 모씨는 “그렇지 않아도 주말마다 전쟁통이나 다름없는 밀집지역에 포장마차를 설치하는 바람에 상도와 질서가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정작 우리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도 ‘다른 지역에선 철거하는 포장마차를 왜 들여오는 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한다”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억하심정이 들어 시에 민원도 넣어보고 했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놨다. 상인들 다 죽이자는 것 아니냐. 주철현 시장이 왜 저런 행정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여수시가 여수밤바다 대표 명물로 만들겠다고 만든 종화동 낭만포장마차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관광활성화 명분으로 도입한 낭만포차가 오히려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고, 상권을 교란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지역 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시는 지난 5월부터 종화동 해양공원 인도에 포장마차 17개를 설치하고 운영자를 모집해 술과 안주 등을 팔게 하고 있다.

시는 포장마차에서 카드사용을 의무화하고 월 매출액의 3%를 지역관광 기금으로 공익기부키로 하는 등 낭만포차의 운영의 긍정적 측면을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영업 이후 민원이 빗발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팔면서 이에 따른 소란과 보행방해, 흡연, 청결불량 등이 언론에 비춰지면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종화동 뿐만 아니라 서시장 등 시내 상점 역시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화살을 낭만포차로 쏘아대고 있다.

서시장포장마차상인회장 임 모씨는 “보다시피 평일에는 손님이 아예 없고 주말에도 새벽 3시까지 손님을 받지만 열 테이블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며 “그렇다보니 해산물 선도가 떨어져 폐기하는 물량이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바닥에서 27년 포장마차 장사하고 있는데 이렇게 장사 안된 적은 처음이다”며 “시에서 낭만포차 홍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데 다른 곳이 장사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여론에 대해 낭만포장마차 업주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주들은 “시와 합법적으로 계약을 맺고 영업하는데 이제와 각종 문제로 꼬투리를 잡는 것은 결국 장사를 접으라는 소리 아니냐”며 일방적인 죽이기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포차 주인은 “말이 4년 계약이지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벌점 30점이 넘으면 재계약이 어려워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 점포당 테이블을 5개만 내놓기로 상인들끼리 약속해서 원칙을 지키면서ㅅㅍㅍ 장사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술판, 술판’하는데 대부분 뜨내기 손님들이고 경기가 어렵다보니 많이 먹질 않고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남들 생각처럼 떼돈을 버는 게 결코 아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간혹 담배피는 손님들에게 ‘그러지 마시라’ 주의를 줘도 오히려 따져들기 일쑤”라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면 그 뒤 2시간은 청소와의 전쟁이다. 장사보다 오히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치우고 청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덧붙였다.

이 주인은 “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되고 나면 시에서 문자로 주의를 주기 때문에 제발 긍정적으로 보도해달라”고 기자에 부탁했다.

▲ 서시장 내 포장마차 골목. 영업을 개시해도 찾는 손님이 없다.

이처럼 낭만포차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데에는 당초 시가 사업을 구성하면서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을 간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사안이 이렇게까지 악화된데는 주민들에게 있어 생사와 직결된 상권과 이권 등이 첨예하게 맞물린 현실을 외면하고 낭만포차를 도입하면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에 대한 사전 조사 및 검토 조차 없었다는 사실 역시 민심을 자극한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당초 취지대로 지역의 대표 계절 음식을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더불어 취약계층 자립과 함께 다문화가정 세계 각국의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공염불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수시민협은 낭만포차 운영을 문제삼아 여수시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여수시민협 박성주 사무국장은 “여수시가 포장마차를 사들여 처음 취지대로 취약계층에게 자립의 기회를 열어주고 이후 심사에서 떨어지더라도 다른 취약계층 자립의 기회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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